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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與, 국정원 간첩수사권 없애는 법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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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단독처리… 야당 표결 불참 “5공으로 회귀”

국가정보원의 대공 사건 등 수사권을 없애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리나라 간첩 수사 역량이 대폭 약화하고, 국정원의 ‘경제 교란 행위’ 정보 수집은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로 이어질 것”이라며 표결에 불참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일방적으로 의결했다.

국회 정보위가 이날 의결한 국정원법 전부개정안은 국정원이 대공, 국가보안법 사건 등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 이관은 안보 공백 방지 차원에서 3년간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후 국정원은 국보법 위반 범죄, 내란·외환죄, 방첩, 대테러, 국제 범죄 조직 등에 대한 정보 수집만 할 수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간첩 사건 등에 대한 수사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국정원은 비밀 요원이 있고, 탈북자도 관리한다. 국정원이 이들과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범죄 첩보와 증거들이 간첩 등 대공 사건 수사와 기소, 재판에 쓰인다.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 해외에서 활동 중인 간첩을 추적해 체포하기도 쉽다. 대공 사건 범죄 첩보를 경찰 보안수사대에 넘겨 경찰이 수사하는 경우도 많다. 국정원과 경찰,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이 대공 사건 하나를 수사하기 위해 수년간 한 몸처럼 움직인다. 그런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모두 경찰로 넘기면 제3국 활동 간첩 등에 대한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의 ’2020 검찰 연감'에 따르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은 문재인 정부 3년(2017~2019년)간 16건이다. 2016년 한 해 기소 건수(16건)와 같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검거한 간첩은 2명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국정원이 구축해 온 대공 시스템마저 한순간에 붕괴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대공 수사·정보를 담당한 인력들의 처리 문제도 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은 “국정원법 개정은 개악”이라며 “국정원 인력을 다른 기관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런 조치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현 상황을 보면 국정원 대공 사건 인력 일부는 현 정부가 발족을 준비 중인 국가수사본부(기존 경찰의 수사 기능 담당)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 보안 당국 관계자는 “직장을 아예 새로 옮기게 될 국정원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룡 경찰’ 우려도 있다. 이번 개정안엔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이 사실상 유일한 국내 정보 수집 기관이 됐다. 게다가 경찰은 대공 사건을 포함한 수사권이 있고, 국내 치안도 담당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박종철 고문 치사로 악명 높은 남영동 대공분실을 운영한 5공 시절의 치안본부 보안국을 부활시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경찰이 너무 과도한 권한을 갖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경찰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 국정원이 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 분야에 ‘경제 질서 교란’이 추가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제 질서 교란이 어떤 의미인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기 의원은 “내국인에 의한 경제 질서 교란 행위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려고 ‘해외 연계’ 교란 행위만 정보 수집을 할 수 있게 법 조항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부동산·주식 등 국민 일상생활 관련 전 국민, 민간인 사찰로 악용할 수 있다”며 “해외 연계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해외와 밀접하게 교류하는 경제인들에 대한 무차별 사찰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경제 문제로 기업인에 대한 민감한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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