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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화웨이 창업자 “미국은 우리를 때려죽이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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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재로 중저가폰 브랜드 매각… 중국의 ‘무역전쟁 패배’ 보여줘

조선일보

“날로 심각해지는 미국의 제재를 겪으며 우리는 미국 일부 정치인의 목적이 화웨이를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때려죽이는 데 있음을 결국 명백히 알게 되었다.”

통신 장비 세계 1위이자 스마트폰 2위 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6) 회장이 최근 자사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외부에 매각한 후 가진 ‘아너 송별식’에서 한 말이다.

송별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미·중 1차 테크 전쟁 또는 무역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 기업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사 통신 장비를 통해 중국 정부에 미국의 정보를 유출한다”며 화웨이를 거래 금지 대상 기업으로 지정했다. 자국 기업과 자국 기업의 기술을 쓴 부품이 화웨이에 공급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주력 사업인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판매는 물론이고, 스마트폰 생산과 판매에도 충격을 받았다.

화웨이가 지난 17일 아너를 중국 즈신신정보기술에 매각한다고 밝힌 것은 회사 생존을 위한 결정 중 하나였다. 화웨이는 핵심 스마트폰 브랜드를 팔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와 경쟁하기는 포기하는 대신 통신 장비 등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런정페이 회장은 송별식에서 “아너와 화웨이는 이혼했다. 앞으로 서로 질척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너 매각이 아너 판매상과 부품 공급상에서 일하는 많은 이의 생계를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화웨이 스스로는 단기간에 걸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무고한 협력사 관계자들이 계속 고통받게 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또 아너 직원들을 향해 “가을바람이 불어 살구나무 잎이 노랗게 물들었는데 (화웨이의) 문을 나서면 더욱 차가운 바람이 불 것”이라며 “더는 당신들을 위해 풍우를 가릴 우산을 펴줄 수 없으니 잘 가고 부디 조심하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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