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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열리다가 다시 닫힌 지갑… “연말 대목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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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비명

조선일보

30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백화점 패션·잡화 매장에 고객이 뜸하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매장에 걸려 있지만, 코로나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11월 24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상향 조정된 후, 이 백화점 방문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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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패션·잡화 매장.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됐지만, 오가는 고객이 드물었다. 하루 전 끝난 올해 마지막 정기세일 때도 마스크 쓴 고객들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지만, 예년 수준엔 못 미쳤다. 백화점 관계자는 “10월 매출이 늘면서 올 연말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다시 고객 발길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400~500명 선을 넘나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 10월 들어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 조정하고 국내 하루 확진자 수도 100명 안팎을 유지하자, 백화점·아웃렛·식당 등의 매출은 ‘코로나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 하루 확진자가 300명대로 치솟고, 24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상향하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연말 앞두고 얼어붙는 소비 심리

서울 광화문에서 20년째 주물럭집을 운영하는 송종이(65)씨는 저녁에도 80석 테이블의 3분의 1을 채우기 어렵다고 했다. 12월부터는 당분간 납품 받는 고기와 채소 물량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11월 초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미뤄뒀던 회식 예약이 몰리며 빈자리가 없을 때도 있었다. 송씨는 “이제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두 달을 못 갔다”며 “연말 대목이 그냥 날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곳은 외식과 오프라인 유통업이다. 이탈리안 프랜차이즈 L레스토랑은 11월 23~29일 매출이 일주일 전과 비교해 12% 감소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뷔페 레스토랑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도권 뷔페 식당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으로 8월 중순부터 두 달 동안 영업을 전면 중단했다. 10월 중순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고객이 몰리며 거의 전년 수준을 회복했다. 대기업 계열 뷔페 레스토랑 관계자는 “뷔페를 이용하지 못해 답답해 하던 고객들이 몰리며, 영업 재개 후엔 매출이 거의 전년 수준을 회복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4일 이후 매출은 전년 대비 55% 급감했다.

조선일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후 떨어진 백화점 매출액


오프라인 유통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3사의 상반기 매출은 코로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 정도 줄었다. 하지만 10월 매출은 5~10% 증가하며 상승세로 반전했다.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백화점들도 대대적인 할인 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코로나로 다시 물거품이 될 상황에 놓였다. 11월 24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시행 후 매출은 줄거나 성장세가 둔화됐다. 교외형 아웃렛 매장 매출도 15% 안팎 줄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방문 고객 수가 전년 대비 40%가량 줄었다”며 “그나마 단가가 높은 명품·가전제품 덕분에 근근이 버틴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도 난망... 언제 살아날까”

소비 관련 업체들의 고민은 앞으로 소비 심리가 언제쯤 다시 살아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또 코로나로 소비 진작을 위한 행사를 열기도 어렵다. 백화점·대형마트들은 지난 27일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할인 쿠폰 제공 등의 행사를 했지만, 고객이 일시적으로 몰리는 것을 우려해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았다. 외식업체 관계자는 “이미 재난지원금 등으로 재정 지출이 많았던 만큼, 정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겨울 코로나 확산세도 더 거세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번 살아났다 꺼진 소비 심리가 다시 회복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체감한 소비자는 지갑을 더 닫을 것”이라며 “소비시장에는 IMF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최악의 연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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