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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유저 차별” 논란… 대작 게임 엘리온, 출시 전 테스트서 혹평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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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들인 엘리온, 게임 BJ·지인 사전 체험으로 ‘특혜’ 논란
게릴라 공개 테스트서 전설급 ‘클랜 아이템’ 문제… "유저 차별하나"
유저들, 형평성과 더불어 게임 지연·그래픽 뭉개지는 현상 지적
카카오게임즈 "모든 계정 리셋, 정식 출시 후엔 개선해 문제 없게 할 것"

대형 신작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엘리온이 오는 10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실시한 게릴라 공개 테스트(open test) 이후 게임 운영과 관련한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운영·서비스를 맡았다.

조선비즈

지난 28일 오후 12시부터 29일 자정까지 36시간 이뤄진 MMORPG 엘리온의 공식 출시 전 게릴라 공개 테스트./카카오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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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 이후 마땅한 히트작이 없었던 크래프톤으로서는 내년 IPO(기업공개)를 위해 신작 엘리온의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엘리온은 개발 기간 6년, 총 약 1000억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대형 PC MMORPG로, 이런 규모의 게임은 2018년 11월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이후 처음이다. 이 게임 운영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6년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에 50억원을 지분투자했다.

1일 게임 업계와 엘리온 커뮤니티 등의 반응을 종합하면 출시를 약 열흘 앞둔 엘리온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유저간 차별’이다. 앞서 엘리온은 일부 게임 BJ와 그들의 지인 등에게 비공개 사전 체험 기회를 제공했는데, 이 부분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사전 체험은 BJ와 지인들이 게임을 미리 경험해보고,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캐릭터 육성, 스킬·아이템 획득 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사전 체험에 이용된 계정은 체험이 종료된 후 초기화됐다. 서버를 24시간 열어둔 것이 아닌 제한적으로 운영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저들은 사전 체험에서 이들이 미리 파악한 ‘정보’가 공개 테스트에서 일반 유저와의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저들에게 단 36시간만 주어지는 공개 테스트에서 사전 체험을 통해 게임 시스템은 물론, 몬스터나 던전 정보를 미리 알고 게임에 임하는 BJ와 일반 유저 사이에 차이가 심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특히 엘리온 측이 아이템 레벨 1위에서 100위를 달성한 유저에게 특별한 탈 것을 제공한다고 해 논란이 커졌다. 사전 체험에 참여한 BJ는 총 5명으로, 이들은 지인들과 함께 게임을 미리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아이템 레벨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엘리온 측은 탈 것의 획득 조건을 ‘아이템 레벨 순위’에서 ‘캐릭터 35레벨 달성 시’로 바꿨다.

이어 지난 주말 열린 공개 테스트에서는 ‘클랜 아이템’이 문제가 됐다. 일반 유저들이 레벨 250~300수준의 아이템을 장착하고 있을 때, 클랜(게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소속된 일부 유저들이 레벨 600대의 전설급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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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온 게릴라 공개 테스트 후 유튜브 등에 올라온 게임 관련 리뷰 영상./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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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고레벨 아이템은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클랜의 수장만이 획득할 수 있지만, 공개 테스트에서 클랜 소속 캐릭터일 경우 대여해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유저들은 해당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필드에 별도의 제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엘리온은 진영간 분쟁(RVR·Realm vs Realm), 유저간 분쟁(PVP·Player vs Player)을 주요 콘텐츠로 삼고 있는데, 성능이 월등한 전설급 아이템을 장착한 유저들이 각 필드에서 상대방 진영의 낮은 레벨의 캐릭터를 몽땅 해치고 다니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엘리온 측은 클랜에 들지 않는 유저들도 정해진 조건을 채우면 전설급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상자를 줬다. 그러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 유저간 아이템 편차가 더 벌어질 여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엘리온 게릴라 공개 테스트에 참여한 한 유저는 "사전 체험을 했다는 BJ들은 애초에 (클랜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았다"며 "한 BJ는 사전 체험에 때 얻은 정보로 이미 전설급 아이템을 장착하고, 다른 유저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영상을 버젓이 공개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유저는 "시작도 전에 (유저간) 갭(차이)을 만들어 주는 게임은 엘리온 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픈날(12월10일) 게임에 처음 접속한 유저는 ‘왜 다른 사람은 전설급 아이템을 벌써 장착하고 있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보를 선점해 게임 안에서 일정 부분 이익을 본 유저들을 가리켜 ‘천룡인’이라는 용어도 생겨났다. 천룡인이란 한 일본만화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특권계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렉(지연) 현상이나 그래픽이 뭉개지는 최적화 문제 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전예약으로 이용권을 구매한 유저들이 환불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엘리온은 국내 최초로 ‘이용권 구매’라는 과금 정책을 도입한 게임이다. 이용권 구매는 매달 이용료를 내야하는 ‘정액제’와 게임 내 재화를 판매하는 ‘부분유료화’를 합친 방식이다. 단, 엘리온의 경우 매달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최초에 한번만 구매하면 게임을 계속 즐길 수 있다. 사전 예약 기간 중에는 1만9800원의 기본 패키지를 9900원에, 8만2500원의 프리미엄 패키지를 2만9700원에, 22만원 상당의 스페셜 패키지를 6만9300원에 판매한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공개 테스트는 정식 출시 전 유저들에게 ‘엘리온은 이런 게임이 될 것이다’를 보여주기 위한 정보 제공성 이벤트였다"며 "클랜 아이템 등 논란이 됐던 부분은 정식 출시 전에 계정 초기화가 될 예정이어서 오픈 이후에는 별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러 커뮤니티에서 지적하고 있는 부분을 정식 출시 전까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엘리온과 관련한 테스트에서 얻은 좋은 반응도 있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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