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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전략적 협력동반자 13년…한중관계, 이름만큼 깊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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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편집자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정세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이벤트들을 앞두고 왕 위원의 한일 방문이 남긴 의미를 중국의 의도, 한반도정세, 한중 양자 관계로 나눠 짚어봤다.

[the300][왕이 방한이 남긴 것]③한국과 중국, 정말 전략적 협력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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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2.2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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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기여"-한국 외교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새 차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중국 외교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으로 지난달 26일 이뤄진 한중 외교 장관회담에 대해 한중 외교부가 내놓은 평가엔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제고’가 공통으로 담겼다.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격상했지만…아직 먼 한국과 중국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 격화와 미 정권 교체라는 시기 탓에 ‘전략적 협력동반자’란 표현이 주목받았지만, 이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13년 전에도 거의 같은 발표가 있었다. 2008년 6월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과 양제츠 당시 외교부장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협력강화’를 외교장관 회담에서 약속했다.

한중 정상이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동반자’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한 건 2008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중해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다. 이름 자체는 국가 전략에서 접점을 찾아 협력하는 정도로 관계 수준을 높이자는 의미다. 경제, 사회, 정치·안보까지 아우르는 높은 수준의 관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정상회담이 열릴 때마다 수사(修辭)는 발전했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에 합의했고 이듬해 시 주석 방한 기간엔 양국이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관계가 이름처럼 깊어졌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많은 한국인에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교역 상대국이거나 ‘공장’ 또는 ‘시장’이다. 가장 1차적인 관계인 경제적 관계에서 그 이상으로 저변을 넓히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 갈등은 한국 내 중국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고, 코로나19(COVID-19) 확산 후 부정적 시각은 더 늘었다. 미국 퓨 리서치 연례조사에 따르면 중국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국인 응답자 비율은 올해 75%로 조사 첫해 2002년(31%)는 물론, 사드 갈등 후(2017년, 61%)와 지난해(63%)보다 높아졌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대되고 있지만 대중국 관리는 한국에 여전히 필연적 과제다. 경제 의존도뿐 아니라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 구조상 한중관계에는 근본적 긴장이 불가피하다.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관리해야 할 필요가 더 높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2010년대 들어 미국이 중국을 경쟁자로 보는 시각을 노골화하면서 한국에게 한미·한중관계를 함께 관리하는 게 점점 더 어려운 숙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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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어진 논의 테이블…진짜 '내실' 쌓을 수 있을까

한중 양자 관계의 측면에서 이번 한중외교장관 회담은 광범위한 분야를 논의했다는 게 특징이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으나 협력의 범위가 넓어졌다. 방역, 경제협력과 문화, 환경, 역사 교류 채널 가동을 약속했다. 전반적으로 왕 위원이 사드 갈등 후 처음 한국에 와 이뤄진 지난해 12월 회담 내용과 연속적이면서 더 구체적이다.

2015년 이후 중단된 외교·안보 국장급 채널(외교·안전 2+2 대화) 재가동도 합의했다. 이 내용을 중국만 발표에 실어 ‘싣지 않은’ 한국 정부의 속내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사드 갈등 후 끊긴 소통 채널을 복구하고 대화를 제도화한다는 점에서는 어쨌든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넓은 분야에서의 교류 확대가 자연스러우면서도 의미 있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그만큼 달라서다. 양국은 전략을 공유하는 사이로 서로의 관계를 규정했지만 그러기에는 정치 시스템과 사회 체제 자체가 다르다. 이 때문에 정치, 안보와 비교해 접점을 찾기 쉬운 경제, 문화, 사회 분야에서 관계를 쌓아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말로 전략적 협력관계를 지향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아는 게 더 요구된다는 의미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중은 이웃 국가로 살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공존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양국이 다른 만큼 낮은 층위에서 실질적 협력을 쌓아 공통분모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중 양국이 수교 후에도 양자 관계에서 늘 미국을 의식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오히려 상호 더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외교적 오판을 막고 최적의 결정을 내리려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뢰를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질 수 있는 관계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관계 미래 발전위원회‘ 출범에도 합의했다. 아직 기본 구상 단계인 이 위원회가 의미 있는 채널이 될지도 주목된다. 왕 위원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이 위원회를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법제화된 조직을 바라는 걸로 읽힐 수 있다.

양 책임연구위원은 "한중관계는 양국 정상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격상됐지만, 내용보다 말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며 "타이틀이 아닌 협력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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