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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수사종결권, 정보독점에 대공수사까지... '공룡 경찰' 어찌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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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법 개정으로 대공 수사 경찰로 이관
커지는 권한에 비해 통제장치·개혁은 미흡
한국일보

시민단체 경찰개혁네트워크 회원들이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 경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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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종결권을 따낸 데 이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까지 접수하게 되면서, 권한과 인력 양쪽에서 거대한 존재감을 가지게 될 '공룡 경찰'을 향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오랜 기간 사정 권한을 나눠 쥐고 있던 국정원과 검찰의 권한이 경찰 한 곳으로 쏠리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 온 권력기관 개혁의 취지가 퇴색할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 통과시켜 9일 본회의 상정을 목표로 하면서 경찰은 법 개정 후속 작업을 준비 중이다. 해당 법안은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국정원이 전담했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가 삭제되는데, 이 경우 사실상 경찰이 행정부의 국내 정보 수집을 독점하게 된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넘겨받기 위한 기반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내년 출범 예정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대공수사권을 넘겨 받을 수 있도록 국수본 내 안보수사국 역할 범위를 정비 중이다. 국수본 지휘를 받는 17개 시·도경찰청 보안부서는 대공, 대테러, 방산·산업기술 유출 등을 다루는 안보수사 전담조직으로 개편한다.

경찰, 국내정보·수사종결권·대공수사권까지


대공수사권 이관은 과거 국정원의 간첩 조작과 인권침해를 근절하고 명실상부하게 '정보'에만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여권의 의지가 드러난 조치다. 그러나 이 권한이 경찰로 옮겨지는 데 대한 비판은 적지 않다. 경찰은 이미 국내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인 데다, 수사권 조정 작업으로 수사 전반에 관한 존재감을 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와 정보 분야에서 경찰의 행동 반경은 내년을 기점으로 크게 확장된다. 우선 내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시행되면 경찰은 각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종결 권한을 갖게 된다. 검찰의 수사 지휘는 받지 않고, 부패·공직선거 등 6개로 한정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 외 수사 전반은 경찰의 몫이 된다. 3,000명 규모의 정보경찰이 건재한 현실에서 대공수사권까지 얻게 되면, 활동 영역과 권한 면에서 가장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할 권력기관이 된다.

경찰개혁으로 권력 비대 견제한다지만...


이런 우려에도 정부와 여당은 경찰개혁안을 병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요 개혁안으로 제시된 자치경찰제가 후퇴한 형태로 추진돼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자치경찰제 구상은 경찰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지금처럼 둔 상황에서 세 가지의 지휘 주체에 따라 경찰의 기능을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누는 것이다. 애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아예 분리해 운영하는 '이원화 모델'을 논의했지만, 당정청은 지난 7월 외형은 지금처럼 유지하되 업무 및 지휘 체계만 나누는 '일원화 모델'로 방향을 급작스럽게 선회했다.

정보경찰 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정보경찰의 법적 역할 범위를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서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수정했다고는 하나, 공공안녕 개념이 포괄적이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보경찰 제도마지 바뀌지 않는다면 경찰 권한은 너무 막강해진다"며 "정보국 한 군데서 모든 정보를 수집할 게 아니라 수사, 생활안전 등 기능별로 필요한 정보를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권한 부여 초기 단계부터 경찰의 힘을 통제하고 분산할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총무위원장은 "비대해진 권력에 대비할 장치가 마련되지도 않은 채 한꺼번에 너무 많은 역할이 경찰에 주어진다"며 "국가⋅자치경찰위원회에 인사권 및 감찰요구권 등 강화된 권한을 부여하고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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