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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기고] 데이터 3법 넘어 `데이터 기본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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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20년은 범국가적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인 해였다. 데이터 활용 길을 먼저 열어 달라는 요구에 부응해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이 지난 1월 개정됐고, 이후에도 디지털 뉴딜과 관련 부처가 발의한 데이터 활용 장려 법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산업디지털 전환 촉진법이나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데이터 강국으로 발돋움할 초석을 만들고, 산업 혁신성장 데이터 활용과 거래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 산업에 흩어져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통합과 활용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 데이터 접근 및 활용에 대한 국가적인 기본 원칙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들이 각자 소관 분야에 한정된 데이터 활용 근거 마련에 집중하다 보니 과잉·중복 입법이나 칸막이식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간기업이 개별적으로 보유한 의미 있는 산업 데이터를 시장에 내놓을 유인책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전 산업에 걸친 데이터 경쟁력 확보와 디지털 경제 전환은 글로벌 어젠다가 됐다. 이 어젠다 선두에 서기 위한 첫 단계는 데이터의 규범적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국가적인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본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른바 전 산업을 관통하는 '데이터 기본법' 마련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만들어 국가 경쟁력의 근본이자 산업 생산 요소로서 데이터 성격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이용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의 인격권적 성격 이외에 재산권적 성격을 인정해 보상 요청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데이터 경제는 단순히 개인 단위 데이터만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며, 디지털화된 모든 산업영역 자료 또는 정보를 포괄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데이터 일부를 구성하는 개인정보, 특히 민감정보는 헌법상 권리인 자기정보결정권 행사를 통해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인격권적인 가치에 치중해 데이터 통합이나 활용에 소극적인 제도적 환경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즉 가명처리 등을 통해 인격권이 제거된 데이터는 연관 산업의 혁신적 성장에 기여하는 '신자본(new capital)'으로 인정함으로써 경제·사회·문화자본을 뛰어 넘는 데이터 효용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때가 됐다.

이제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데이터 개방과 공유가 필수다. 개인과 산업, 시장에서 파생된 모든 데이터를 단순히 개인과 관련됐다 간주하고 무조건 보호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데이터 경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각 영역에 산재돼 있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수집·통합해 분석하고 가공했을 때 비로소 그 효용 가치가 생겨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렇게 가공한 데이터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전성이 담보된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도 필요할 때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분야인 데이터 산업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길 원한다면 개인과 기업이 기꺼이 타인에게 제공한 데이터나 사전에 기술적 조치를 취해 정보 유출 등 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주자. 데이터 기본법이라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해 범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준영 변호사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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