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두 개의 글(노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담화문)을 빌려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며 "이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 저항에 맞서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뿔을 들어 정면돌파를 선택한 '어느 남자의 글'"이라고 말했다.
조은산 블로그. 인터넷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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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왜 청와대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부름에 어떻게 부응하는가. 지도자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에 거리낌 없이 답하고 그 답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다. 자신의 답을 찾는다"고 평했다.
그는 "구구절절한 변명도 좋고 궤변도 좋다. 최소한 침묵이 아닌, 권위를 내던진 지도자의 진실한 목소리를 국민은 원하는 것"이라며 "담화문을 작성하며 느꼈을 그들의 고뇌가 침묵이 가져다주는 편안함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조은산은 '형조실록'이라는 글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검찰 개혁을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필명으로 알려진 조은산은 두 아이의 아버지인 30대 남성이다. 그는 지난달 중앙일보와 단독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 "침묵이 때론 많은 걸 설명한다. 대통령의 명령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 대통령의 글작성자 조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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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러분,
우리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그냥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한미 FTA는 시작 단계부터 우리가 먼저 제기하고
주도적으로 협상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정치적 이득도 없습니다.
오로지 소신과 양심을 가지고 내린 결단입니다.
정치적 손해를 무릅쓰고 내린 결단입니다.
FTA는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고사는 문제입니다. 국가경쟁력의 문제입니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할 일은 아닙니다.
이번 FTA 협상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문제가
있는 것인지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 있는 논의를
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를 제안합니다.
정부도 국회에 나가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어떤 개방도 충분히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날 개방 때마다 많은 반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승리했습니다.
결국 우리하기 나름입니다.
아무리 FTA를 유리하게 체결해도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없고, 협상의 내용이 다소
모자라더라도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전합시다.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냅시다.
감사합니다.
- 故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관련
대국민 담화문 中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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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저의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했다면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제가 '재협상 한다'고 선언했다면
당장은 어려움을 모면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 자신, 많은 갈등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지키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 것을 뻔히 알면서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취임 두 달 만에 맞은 이번 일을 통해 얻은 교훈을
재임 기간 내내 되새기면서 국정에 임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청와대 비서진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대폭 개편하겠습니다. 내각도 개편하겠습니다.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서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로 출발하는 저와 정부를 믿고
지켜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명박 대통령의 광우병 파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中에서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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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고 싶다. 정치적 불순물이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
공과 과를 논하고 싶지 않고 어떠한 비리를 언급하는 것도 싫다.
한미 FTA의 실효성을, 광우병의 실체를 언급하는 것도 금하겠다.
다만 나는 이 두 개의 글을 빌려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한미 FTA를 둘러싼 각계각층의 반발은 두 대통령에게
각자 다른 성질의 문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해법은 같았다.
그들은 숨지 않았고 대립의 정점에 서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절망뿐인 세상에서도 누군가는 희망을 전해야 한다.
거짓뿐인 세상일지라도 누군가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
나는 그것이 바로 지도자라 여긴다. 그들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두 개의 글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적 저항에 맞서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하기보다는
뿔을 들어 정면돌파를 선택한 어느 '남자들의 글'이다.
감히 내가 평하자면,
수사학적 기교와 형식을 배제한 사실적 순수로써 완성된 글이다.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국익을 위해 악수를 둬야만 했던
'진정한 사나이'들의 저돌적 본능이 살아 날뛴다.
어느 누가 이 글에 대해 문학적 완성도를 논하고
글의 품격을 논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을 단순히
'글'이라 단정 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때론 결기에 차있는 듯 일갈하며
어느 순간에는 짙은 호소력으로 다가온다.
자존심이 아닌 자부심이 가득한데,
그것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함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당당하다.
왜 지도자가 되었는가. 왜 청와대에 있는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부름에 어떻게 부응하는가.
지도자에게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에 거리낌 없이 답하고
그 답을 타인에게 미루지 않는다. 자신에게서 답을 찾는다.
또한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권위는 국민이 나서서 세워주는 것이지,
지도자가 스스로 세워야 할 것이 아니다.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어떤 정책도 민심과 함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습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가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다른 말이라도 좋다.
구구절절한 변명도 좋고 궤변도 좋다. 최소한 침묵이 아닌,
권위를 내던진 지도자의 진실한 목소리를 국민들은 원하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검란에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하는가.'
나의 찾는 분들은 아마도,
이런 나의 직설적인 메세지를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죄송스럽지만 나는 말을 아끼려 한다.
그저 이 글을 통해 '지도자의 자격'을 말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그리고 나는 확신이 없는 자에게서 확답을 바라지 않는다.
글을 한번이라도 써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글의 시작이 어렵고 끝맺음은 그보다 더한 고통이란 것을.
두 대통령은 각자 이렇게 담화문의 끝을 맺는다.
'우리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전합시다.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번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 냅시다.'
애연가였던 故 노무현 대통령은 아마 이쯤에서
'클라우드 나인'을 한 대 빼물었을지도 모르겠다.
'촛불로 뒤덮였던 거리에 희망의 빛이 넘치게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쯤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짐작컨데, 그가 좋아하던 '계란약밥'을 지어
먼저 김치를 얹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담화문을 작성하며 느꼈을 그들의 고뇌가
침묵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보다 훨씬 가치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글을 올리기 전,
두 전직 대통령의 호칭 앞에 '전(前)'을 누락한 것을
알게 됐는데, 그냥 이대로 올리려 한다.
내 소심한 반항에 불과하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출처] 대통령의 글작성자 조은산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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