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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뉴스AS] 윤석열 살린 9쪽의 결정문…법원이 보는 검찰의 독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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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김기춘 대법 전합 판례 등 제시하며

장관의 검사 인사권 전횡 등 경계


한겨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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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게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한다.”

법원이 지난 1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를 결정한 직후인 오후 5시13분께 대검찰청에 모습을 드러낸 윤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법농단’ 수사를 주도했던 윤 총장이 ‘판사 사찰’ 의혹 등으로 직무에서 배제되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법원에 감사인사를 전한 셈이다. 법원에서는 ‘구원은 내려놓고 법치주의에 충실한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가 내놓은 결정문은 9장 분량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사상 초유의 사건이어서 재판부는 기존 판례 여럿을 참고하며 논리를 다졌다. 재판부는 우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끌고 왔다. 대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대한민국 법체계는 검사에게 부여된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며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이 판례를 참고해 법무부 장관의 인사제청권과 지휘·감독권의 성격과 한계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총장에 대한 장관의 인사제청권과 지휘·감독권이 “민주적 통제장치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면서도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직무배제의 권한이 추 장관의 재량이라고 해도 일정한 한계를 두고 예외적이고 엄격한 요건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맹종, 전횡’ 등이라는 열쇳말로 법무부 장관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경계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에게 직무집행정지를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 전횡되지 않게 필요성을 엄격하게 숙고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며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의 취지를 몰각(아주 없애 버림)한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다만 법무부가 밝힌 징계사유의 정당성은 본안소송에서 따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내놓지 않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본안소송에서 다뤄야 할 처분의 위법성까지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법무부 쪽에 불리한 분위기가 읽힌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또 다른 판사는 “징계사유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독자적으로 다루겠다는 의도지만 가장 안정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행정법원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가행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인데 그 역할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결정문”, “검사들이 사찰하고 판사들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판사들은 법리와 양심에 따라 판단한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법무부 쪽 대리인인 이옥형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 “법원은 나름 고심에 찬 판단을 했지만 행정부와 법무부·검찰의 혼란, 국민의 분열과 갈등은 더 심해질 우려에 직면했다”며 “법원 결정에 불복하고 항고할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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