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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경항모’ 예산 전액 깎고…연구용역 1억원만 배정한 속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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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설계비 101억원 예산 반영안해

“우리 안보 위협과 무관…예산낭비”

최대 12조원 추정 사업비 등 논란


한겨레

3만t급 경항공모함 개념도.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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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의 경항모 도입 사업의 내년 예산이 사실상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향후 경항모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전년 대비 5.4% 늘어난 52조8401억원의 내년 국방예산안을 의결했지만, 경항공모함 관련 예산은 연구용역과 토론회 개최를 위한 1억원 이외에는 배정되지 않았다.

애초 방위사업청은 내년 예산에서 경항모 기본설계비로 101억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사업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연구용역 및 토론회 비용 1억원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경항모의 필요성을 놓고 여야 간 논란을 빚자 여론 수렴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책정한 것이다.

군 당국은 애초 올해 말까지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하고 내년 기본설계에 들어가 2030년대 중반까지 3만톤급 경항모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경항모 사업은 첫 단추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군 당국은 이번 예산 삭감이 경항모 사업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군이 소요를 제기해 지난 8월 ‘국방중기계획’에 경항모 확보 사업이 들어간 것이어서,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군 당국자는 “내년 사업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밟아 신청하면 예산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예산삭감으로 경항모 도입 일정이 다소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경항모가 우리 안보현실에서 필요하냐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을 경우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사업타당성 조사 없이 예산 반영된 사업이 없는 게 아니다”며 “그럼에도 예산 당국이 절차 문제를 빌미로 경항모 예산을 삭감한 데에는 경항모 추진을 둘러싼 논란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경항모 확보 사업은 지난 8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되면서 본격화했다. 해군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2033년까지 약 2조원을 들여 경하 3만톤(만재 4만톤)급 경항모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경항모에 △수직이착륙 전투기 △상륙기동·공격헬기 △해상작전헬기 △무인항공기 등을 탑재하고 △대함유도탄방어유도탄 △근접방어무기체계 △어뢰대항체계 등을 장착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군 당국은 경항모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주변국의 해군력 강화 등에 대한 대비 △한반도 인근 및 원해의 해상교통로 보호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작전반경이 좁은 한반도에서 굳이 항공 전력이 지상이 아닌 항모에서 출격하는 것은 군사적 효용이 별로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상교통로 보호 명분도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중동 지역과 우리나라 사이의 해상교통로인 믈라카 해협이나 호르무즈 해협은 한 번도 차단된 적이 없다.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경항모 등 군사력이 아니라 주변국과의 외교 협력을 통해 풀 문제라는 것이다.

군 안팎에선 경항모의 ‘원해 작전능력’이 우리 의도와 달리 미군의 남중국해 작전에 동원될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럴 경우 자칫 미-중 갈등에 개입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사업비는 예산낭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해군은 예상 사업비를 약 2조원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추정 사업비 2조원에는 경항모 1척 건조비용만 포함된 것이다. 경항모에 탑재할 수직이착륙기 등 항공전력에 대해 해군은 “별도 소요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항모는 적의 유도탄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작전에 나서지 않는다. 통상 이지스함과 호위함, 잠수함 등이 경항모를 호위하며 기동하기 때문에, 이들 전력의 확보 비용도 따로 계상해야 한다. 이들 함재기와 호위 전력까지 모두 포함하면 해군 추정 사업비의 6배인 12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에서 “운영유지비까지 포함하면 30~40조원이 들어가게 된다”며 “이런 막대한 비용을 직접적인 우리 안보 수요와 연관이 없는 곳에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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