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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강간 상황극' 무죄 뒤집혀… 30대 男 2심서 징역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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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피해자 반응 보면 상황극 아닌 점 인식했을 것"
상황극 유도한 20대 징역 9년으로 감형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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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상황극'이라는 말을 믿고 생면부지의 여성을 성폭행했다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남성이 2심에서는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유도한 20대 남성에겐 징역 9년이 선고됐다.

대전고법 형사1부(부장 이준명)는 4일 주거침입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모(39)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행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씨가 강간 상황극이 아니라 실제 강간이란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오씨가 상황극을 유도한 이모(29)씨와 협의한 상황과 범행 전 상황이 스스로도 의심하고 있었고, 범행 전 상황극이 진짜로 맞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도 않은 채 불안감 속에서 범행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범행 후 피해자의 휴대폰을 갖고 나가 지문을 지우고 강가에 버린 점도 신고를 막기 위한 정황으로 봤다. 오씨는 1심에선 이씨에게 속아 성관계를 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었다.

재판부는 "오씨가 상황극이 아니란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를 강간했고,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고 있고 심지어 이사까지 가게 됐다”며 “그럼에도 상황극에 충실했다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피해자를 성폭행하도록 오씨를 유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던 이씨도 2심에서 징역 9년으로 감형됐다. 1심에서 주거침입강간죄가 적용됐으나 2심에선 미수죄만 인정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씨는 피해자의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아내 결국 강간하게 하는 엽기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채팅앱에서 자신을 '35세 여성'이라고 속이고 "강간당하고 싶은데 만나서 상황극을 할 남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오씨가 이 글에 관심을 보이자 집 근처 원룸 주소를 알려주며 자신이 그곳에 사는 것처럼 속였고, 오씨는 이씨가 알려준 원룸에 강제로 들어가 안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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