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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판사 정보수집' 문건 논의 있어야" 비판글 또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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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전국법관회의 서울중앙지법 대표 김성훈 부장판사 글 게시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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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사유로 제시된 '재판부 정보수집' 의혹과 관련해 판사들이 공식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또 나왔다. 판사들의 회의기구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7일 회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성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4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판사들은 사회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판사 개인정보 수집 의혹에 대한 판사들의 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 뒷조사 문건은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며 "이에 관해 논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 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윤 총장 징계과정에서 공개된 문건 9건에 판사들의 취미와 가족관계, 학술회 활동경력 등이 기재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때로는 공개되지 않은 개인정보까지 수사기관이 수집하고 있으면 그러한 정보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한 피고인과 비교해 볼 때 당사자 대등의 원칙이 훼손된다"고 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해 법관대표회의 또는 법원행정처의 적절한 의견 표명, 검찰의 책임 있는 해명,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글에서 '사찰'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이번 문건이 법관독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전체적으로 공감하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사찰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판사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날 이봉수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검사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한다'는 제목의 코트넷 글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징계과정에서 공개된 재판부 정보 수집 문건과, 재판을 매끄럽게 진행하려면 몇 가지 정보 수집을 통해 재판부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라는 검사들의 주장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재판장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지만, 주체는 공판검사여야 하고 정보수집의 범위도 공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이 증거채부에 관해 엄격한지, 특정 유형의 사건에 유·무죄 판결을 어떻게 하는지, 양형은 엄한 편인지 등을 미리 조사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장의 종교, 출신, 가족관계, 특정연구회 등 사적인 정보는 공소유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이라며 "사적인 정보를 대검찰청이라는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관행처럼 재판부 판사 개인 정보를 수집해 왔다면, 지금이라도 중단해달라"며 "언론도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은 법관은 사상, 신념 등을 이유로 재판을 예단하거나 결과를 비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윤 총장 징계과정에서 공개된 9건의 문건이 사찰인지 여부를 떠나, 개인정보 수집과 판결예단 등으로 인해 법관독립이 흔들릴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날 송경근 청주지법 부장판사는 "사찰이라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나왔다"며 법관대표회의가 나서달라는 글을 올렸다. 반응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댓글을 단 한 부장판사는 "판사 문건 문제점에 공감하지만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의 정치적 논쟁에 법원이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특히 윤 총장이 징계심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일방의 프레임에 동조하는 듯한 태도를 법관회의가 보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문건 문제에 대해 판사 중 처음으로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장창국 제주지법 부장판사였다. 장 부장판사는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은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면서 형사절차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의 게시글 때도 개인정보 수집은 불쾌하지만 문건 내용을 사찰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에 대해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법무법인도 그 정도 프로필은 공유한다"며 사찰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 "법무부와 검찰 한쪽에 이용당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반응 등 신중론이 다수였다.

판사들이 이처럼 신중을 강조하는 것은 법원이 또 다시 정치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미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여론전을 해야 한다"며 판사들의 공개비판을 촉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치공작' 의혹으로 비화되고 있다. 처음으로 의견을 개진한 장 부장판사와 엮어 '판사 집단행동'을 사주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김 의원과 장 부장판사 모두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장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다시 올린 글에서 "저는 김남국 의원을 TV에서만 봤다"며 "저는 법원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이야기했는데 제 글이 정치인의 사주를 받은 것처럼 보도돼 마음이 아프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국법관회의에 참석하는 대표법관 몇몇 사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를 7일 회의 안건으로 부쳐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고 있기는 하나, 아직 이렇다 할 논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표법관은 "논의 중이긴 하나 안건으로 올려야 한다는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회의 당일 현장 분위기에 따라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법관회의 측은 "각 법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7일 회의에서 안건상정 여부 등을 숙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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