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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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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프랑스, 마크롱 문제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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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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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스에 부담이 되는 존재라고 표현하며, 프랑스가 마크롱 문제를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크롱은 프랑스에 부담이다. 마크롱과 프랑스는 실제 매우 위험한 시기를 겪고 있다”며 “내 소망은 프랑스가 마크롱 문제(Macron trouble)를 가능한 한 빨리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프랑스가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조장이 의심되는 이슬람 사원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3일 라디오에 출연해 프랑스 내 이슬람 사원이 급진적인 사상을 퍼뜨리는 것으로 확인되면 바로 폐쇄 조치에 들어가겠다며 조사 방침을 밝혔다.

터키와 프랑스는 지난 10월 프랑스 역사 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된 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는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는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만화를 보여줬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진 18세 청년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 직후 무슬림을 겨냥해 “자신들의 법이 공화국(프랑스)의 법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이 문제”라고 비난하며 이슬람 분리주의와 싸우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반발했다. 에르도안은 TV회견에서 마크롱을 겨냥해 “마크롱은 대체 무슬림, 이슬람과 무슨 문제가 있나” “정신 치료가 필요해 보인다” 등의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자국 내에서 소수 종교(이슬람교)를 믿는 수백만명을 이런 식으로 다루는 국가 정상에 대해선 ‘정신 감정을 먼저 받아보라’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했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을 겨냥해서도 “당신들(유럽 지도자)은 진정한 의미의 파시스트”라고 공격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관련해 설전을 벌인 바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 내부 분열에 대해 “나토가 뇌사 상태”라고 비판하자, 에르도안은 “당신이 뇌사 상태가 아닌지 먼저 확인하라”고 했었다.

두 정상 간의 불화는 유럽과 이슬람권 간 갈등으로도 확산했다.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에르도안의 독설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마크롱 편에 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프랑스가 신성모독을 하고 있다며 에르도안을 두둔했고, 일부 국가들에서는 프랑스산 제품 불매 운동도 벌어졌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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