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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문건 삭제’ 산업부 공무원 2명 구속…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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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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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전지법에서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기록을 무단 파기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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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통상자원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 중 2명의 구속영장을 4일 발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직후 지휘한 ‘월성 원전 수사’는 정치적 수사라는 논란을 딛고 속도가 붙게 됐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해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월성 1호기 관련 기록을 무단 파기한 혐의를 받는 산업부 문모 국장, 정모 국장, 김모 서기관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연 뒤 문 국장과 김 서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부장판사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 국장에 대해선 “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지난 2일 이들에 대해 공용전자기록손상, 건조물 침입, 감사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관의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일 밤 산업부 원전정책과 사무실에 들어가 내부 자료 444건을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 문건 중 324건을 복구했지만 120건은 복구하지 못했다. 문 국장은 2018년 4월부터 원전 조기폐쇄 결정이 난 그해 6월15일까지 월성 1호기의 이용률과 판매 단가를 대폭 낮춰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영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 결론이 나오도록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압력을 넣은 의혹도 있다.

법원으로부터 사안의 중대성과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은 만큼 검찰 수사는 ‘윗선’으로 향할 전망이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곧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것이 유력하다. 문 국장과 김 서기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들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얻은 진술과 증거로 백 전 장관 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대적 압수수색을 통해 2018년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었던 채희봉 사장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산하 산업정책비서관실과 사회수석실 산하 기후환경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한 산업부 공무원들의 휴대전화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영장 발부로 월성 원전 수사가 ‘검찰권 남용’이고 ‘정치적 수사’라며 공격해왔던 여권의 주장은 힘이 빠지게 됐다. 이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겨냥해 개시 단계부터 논란에 휘말렸다. 대전지검이 지난달 5~6일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정부 정책과 국정 운영까지 평가하려 한다”라고 반발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정치적 목적의 과잉수사”라고 말했다. 대전지검은 “월성 원전 수사는 원전 정책의 당부(옳고 그름)에 관한 것이 아니다. 정책 집행과 감사 과정에서 공무원 등 관계자의 형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정지명령 효력을 정지하는 법원 결정으로 대검찰청에 복귀한 다음날 대전지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승인했다.

윤 총장은 오는 10일 검사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정지를 명령한 배경에는 검찰의 월성 원전 수사가 있다는 의혹이 있었다. 윤 총장 측은 직무정지 집행정지 신청 의견서에서 “정권의 비리에 맞서 수사하는 검찰총장에게 누명을 씌워 쫓아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권 등 ‘살아있는 권력’을 상대로 한 수사를 진행한 데 따른 보복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 총장은 지난달 3일 법무연수원 강연에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무·박은하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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