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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12억 선금받고 배송 차일피일... '니트릴 장갑' 연쇄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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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베트남 소재 중개업자 수사 착수
불량품 보내거나 갖은 핑계로 납품 미뤄
한국일보

지난 6월 무역중개업자 김씨가 베트남 무역중개업자 A씨로부터 받은 불량 니트릴 장갑. 김씨 제공


"방역용 장갑을 신속하게 공급해 주겠다"고 약속해 12억원을 선금으로 받은 뒤, 납품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불량 제품을 보낸 무역 중개업자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북 고령경찰서는 무역중개업자 A(40)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국내 중개업자 이모씨와 재미동포 중개업자 김모씨로부터 니트릴 장갑의 대금 12억여원을 받은 뒤, 상당수 물품을 공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니트릴 장갑은 얇고 신축성이 좋으며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아, 기존의 비닐 장갑이나 라텍스 장갑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A씨는 알코올 티슈 등 위생용품을 거래하던 이씨에게 니트릴 장갑 1,000만장을 공급해 주겠다며 올해 7월 64만달러(약 7억원)를 선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약속한 물량 중 230만장만 보낸 채 연락을 끊은 뒤, "심장 수술을 받았다"거나 "‘공항 가는 길에 경찰 검문에 걸려 구류됐다"는 핑계를 대며 나머지 770만장(약 5억6,000만원 어치)의 납품을 미뤄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미국에서 중개업을 하는 동포 김씨를 상대로도 비슷한 수법으로 물품 대금을 떼먹은 혐의를 받는다. 올해 5월 니트릴 장갑 830만장 대금 49만7,400달러(약 5억5,000만원)를 먼저 받고도, 제대로 된 물품을 보내지 않았다. A씨가 보낸 장갑은 찢기거나 구겨져 방역용품으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김씨가 항의하자 A씨는 다양한 핑계를 대며 물품 공급을 미뤘고, 나머지 물품 가격 4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니트릴 장갑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물품을 필요로 하는 무역 중개업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들은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니트릴 장갑 전량을 공급해주겠다”는 A씨의 말을 믿고 억대의 대금을 먼저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은 10월 21일 A씨에 대한 사기 혐의 사건을 접수해 서울 마포경찰서에 사건을 배당했고, 마포서는 사건을 경북 고령경찰서로 이송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경찰청에 국제공조수사 요청을 할 계획"이라며 “범죄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신속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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