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전국집중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이 2015년 4월18일 오후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으로 행진, 경찰과 대치하던 중 경찰이 캡사이신을 뿌리고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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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집회를 과잉진압하자 격분해 현장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남성에 대해 국기모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국기모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5년 4월18일 세월호 범국민 추모행동 집회에서 태극기를 경찰을 향해 치켜들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태운 혐의(국기모독)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국가가 세월호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지 않고 오히려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 등 집회 참가자들을 불법으로 연행하는 것에 격분해 경찰버스의 깨진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있던 태극기를 불태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김씨는 같은날 집회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 버스를 손상한 혐의(공용물건손상), 같은달 16일 집회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일반교통방해)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나 국장을 손상·제거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김씨는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는 등 경찰의 해산행위가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생각하고 격분해 인근의 깨진 경찰버스 유리창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태극기를 빼내 평소 담배를 피우기 위해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며 "태극기 소훼 당시 김씨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일반교통방해와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에 대해선 "2회에 걸쳐 집회참가자들과 함께 전차로를 점거하여 차량의 교통을 방해하고 해산명령에 불응한 행위는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김씨가 경찰버스 손상에 가담한 이유가 경찰의 일부 과잉진압에 대한 항의였다고 하더라도 다수 군중의 위세를 이용해 경찰버스를 밧줄로 끌어내려고 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도 "김씨가 집회에 참석한 경위, 태극기를 태우기 전의 상황, 태극기의 출처 등에 비춰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려 김씨의 형은 확정됐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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