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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 국산 무기의 메카인 국방과학연구소(이하 ADD)의 차기 소장에 국방과학과 무관한 특정 인물을 앉히기 위한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이란 지난 10월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2인자 자리인 차장직을 1년도 안돼 스스로 버린 강은호 씨입니다. 그는 국방과학자가 아니라 행정가입니다. 강 전 차장 퇴직에 맞춘 듯 ADD 소장 응모 자격에 돌연 '방사청 고위공무원급'이 추가됐습니다. ADD 소장 내정설 소문에, 자진 퇴직, 그리고 응모 자격 변경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짬짜미 인사', '낙하산 인사'이라는 수군거림이 국방부, 방사청, ADD 주변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는 ADD 차기 소장에 1번으로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외에도 10여 명이 도전장을 냈습니다. 이 달 중 차기 소장이 결정되는데 "현재 3배수로 좁혀졌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말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은호 전 차장은 3배수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기회와 과정에 이어 결과도 이번 정부의 공언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데도 아니고 안보와 과학이 만나는 ADD입니다.
ADD 노조는 2차례나 성명을 내고 강 전 차장의 ADD 소장행을 반대했습니다. 국방과학, 국산 무기 개발의 전문성이 없으니 ADD 연구원들조차 그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는 이번 정부가 몹시 싫어하는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입니다. 소장 응모 자격까지 바꿔가며 무리하게 그를 ADD 소장에 앉히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또 인도네시아의 한국형 전투기 KF-X 공동개발계획이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는데, 강 전 차장은 설명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 ADD 노조의 거센 반발
ADD 노조의 첫 성명은 11월 19일 나왔습니다. 제목은 <'낙하산 인사'로 자주국방을 포기하려는가>입니다. 노조는 정치적 배려에 따른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를 중단할 것과,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인물의 소장 임명을 촉구했습니다. 노조는 "국방분야 연구개발은 전문성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 과정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 연구자이자 지도자를 소장에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DD 노조의 성명서 중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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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특히 "사업관리 등 국방획득 분야의 제한된 경험으로, 영역이 완전히 다른 ADD 소장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무모한 일"이라며 강 전 차장을 ADD 소장에 앉히려는 시도를 반대했습니다. 이어 강 전 차장의 소장 인사를 강행한다면 "국방 연구개발 분야의 전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ADD 노조는 나흘 후 또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은 강 전 차장을 아예 내정자라고 못 박고, '청와대와 국방부의 개입', '연구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규탄했습니다. 강은호 전 방사청 차장이 ADD 소장이 된들 3,800명 연구원들의 마음을 얻기는 글렀습니다. ADD 조직 장악도 난망(難望)입니다. 강 전 차장이 소장이 된다면, 단지 그를 ADD 소장에 임명하려고 힘쓴 세력만을 위해 복무할 공산이 큽니다.
● MB 인수위와 청와대 경력도 보듬어 안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실무위원 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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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호 방사청 전 차장은 일찍이 이명박 호(號)에 승선했습니다. 정부 출범 전인 2007년 12월, 실무위원 38인 중 한 명으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습니다. 인수위의 외교통일안보 분과가 4명인데, 면면을 보면 통일부 1인, 외교통상부 1인, 육군 1인, 그리고 방사청 전략기획팀장인 강 전 차장입니다. 인수위 활동을 마무리하고 1년 넘게 청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방사청 개청 때부터 일했지만 인수위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에서도 시쳇말로 말을 갈아타고 잘 나간 것입니다. 방산비리 색출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교는 "출세길 따라서 노무현 정부를 배신한 것"이라고 촌평했습니다.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은 강 전 차장의 이런 경력에 대해 "아, 몰랐네, 몰랐어"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번 정부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 반감이 크고, 지난 두 보수 정부의 사람들을 배척하면서도 강 전 차장을 이토록 애틋하게 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갑자기 ADD 소장 응모 자격에 방사청 고위공무원급까지 추가할 정도면 그를 꼭 ADD 소장에 임명하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데 국방부나 방사청은 그 내막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KF-X 인도네시아 참여, 문제없나
SBS는 2년 전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다쏘(Dassault)사와 전투기 개발을 도모하고 있으며, KF-X를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방사청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방사청의 주장과 달리 2년 전 보도가 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 지난 3일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이 다쏘의 라팔(Rafale) 전투기 30~40대를 인도네시아에 팔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상을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은 올해 2차례 프랑스를 방문해 파를리 장관과 회담했고, 라팔 도입과 기술 이전 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것입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10월 프랑스를 방문해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가 라팔 전투기와 4.5세대 전투기 기술을 프랑스로부터 패키지로 도입하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KF-X 공동개발은 중대 위기를 맞습니다. KF-X 사업에서 인도네시아 지분은 20%입니다. 다쏘와 손잡으면 인도네시아는 굳이 가욋돈 들여 KF-X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잖아도 현재까지 쌓인 인도네시아의 KF-X 개발 미납금이 6천억 원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손을 떼면 돈도 모자라고 판로도 줄어 KF-X 계획 자체가 흔들립니다.
강 전 차장과 방사청이 대답해야 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강은호 전 차장을 대표로 한 방사청 협상단은 지난 9월 인도네시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측과 KF-X 공동개발 문제를 협의했습니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와 협의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실 질의에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측 요청에 따라 양국 협의 내용은 일체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방사청은 인도네시아가 비공개를 요청한 것이 인도네시아의 다쏘 협력 계획인지, 아니면 다른 내용인지를 이제는 밝혀야 할 것입니다. 강은호 전 차장 등이 인도네시아로부터 다쏘 정보를 듣기는 했는지, 이를 상부에 보고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인도네시아가 비공개를 요청해 놓고 프랑스와 인도네시아에서 보도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 한국-인도네시아의 외교적 신뢰는 깨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우리 몰래 다쏘와 협상했어도 방사청은 눈 뜨고 코 베인 꼴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도네시아가 KF-X 개발에 동참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 이제는 선을 그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KF-X를 포기했을 때의 대책은 강구했는지도 궁금합니다. KF-X 인도네시아 퍼즐의 책임자는 강은호 전 차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탓에 KF-X 사업은 된통 꼬여가는데 그는 지금 ADD 3천800명 연구원들의 거부를 무릅쓰고 ADD 소장 자리를 탐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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