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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스물스물] 집값 주가 급등에...`스펙`보다 `재테크`에 빠진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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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부산대 재학 중인 한 모씨(23)씨는 원래 부모님이 현실 경제 감각을 키우기 위해서 주식 투자를 권할 때만해도 주식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3월 폭락장에서 우량주에 투자했다가 돈을 벌었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인스타그램에서 '얼마 벌었다'는 스토리가 자주 올라오자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처음엔 그동안 모았던 돈 300만원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 적금 만기가 돌아온 돈까지 추가로 넣었다. 한 씨는 "예전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가격 급변동에 철수한 대학생 친구들이 이번엔 주식에 많이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실시된 공인중개사 시험에 20대 응시생은 2만5722명으로 작년 1만9631명보다 31% 늘었다. 전문학원 에듀윌 관계자는 "학원 교실에도 20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취업도 안되니 평생 자격증이나 스펙용으로 또는 향후 부동산 투자 대비용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는 20대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로 인터넷강의가 보편화되면서 과거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도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의 공인중개사 시험 도전이 많아진 이유다.

취업을 위해 자기계발에 몰두하던 20대들이 자본계발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신규 채용은 얼어붙고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 보이면서 주식, 부동산에서 길을 찾는 것이다.

6일 NH투자증권이 자사 고객들의 계좌를 연령대로 분석한 결과 20대의 주식 계좌는 연초에 비해 186% 늘어났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누적 증권계자는 총 7134만개로 작년말보다 1069만개 늘었는데 이중 20대 증가계좌가 246만개다.

아주대 재학 중인 홍인기 씨는 "작년만 해도 주식투자에 관심없던 대학 친구나 군대 동기들이 이제 모이면 주식 얘기를 자주 한다"며 "집값이 크게 오르고 대출도 안되니 주식을 아파트 구매 종잣돈을 모을 마지막 사다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는 '#주식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로 26만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SNS를 통해 투자수익을 공개하고 부러움과 격려를 받는 과정에서 20대 주식 투자가 더욱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주로 자금력이 있는 30대 이상이 차지했던 재테크 인터넷 까페들은 '대학생 주린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과거엔 대학 내 투자동아리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등교를 하지 않게 되자 투자 조언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20대들이 근로소득보다 자본소득을 축적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때문에 예·적금을 통한 자산증식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재테크를 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주식이나 부동산을 할 수밖에 없다.

홍 씨는 "주변 친구들이나 군동기들 모두 예금으로 돈 모을 생각은 전혀 안한다"며 "차라리 삼성전자처럼 성장도 하고 배당도 잘 주는 주식을 적금처럼 모으는 게 도움이 된다고 다들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대 재학 중인 신정빈(24)씨는 "주변 친구들이 다들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대기업을 퇴사하고 계속 부동산 공부를 하는 선배들도 있다"며 "아무래도 집값이 너무 빨리 오르다보니 뭐라도 해야 하겠다는 불안감이 20대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험이나 자금 측면에서의 열세로 20대의 주식 수익률은 다른 세대에 비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NH투자증권이 올해 10월까지의 20대 고객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올해 수익률(10월말 기준)은 -1.17%였다.

[김제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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