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접근성 좋고 저평가 매력
일산 동구·서구 거래량 지난달 65%·110% 증가
마두동 백마1 삼성 133㎡는
한달새 수억원 이상 올라
12년 미분양 물량도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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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수도권의 대표적인 집값 소외 지역으로 꼽혔던 일산신도시 거래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전세난이 불러일으킨 '패닉바잉(공황매수)'으로 경기 외곽지역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자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거래량이 급증하고 신고가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15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아파트 거래량은 이날 기준 각각 624건, 111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65%, 110%씩 증가한 수치다. 11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아직 보름이나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일산동구에는 일산신도시 중 장항ㆍ마두ㆍ정발산ㆍ백석동이 포함돼 있으며, 일산서구에는 대화ㆍ주엽동이 속해 있다. 이는 최근 정부의 규제지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가 잇따르고 있는 인근 파주시 거래량 증가율(36%)보다 높은 수치다. 분당신도시가 포함된 성남시(11% 증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김포시(56.5% 감소) 거래 상황과도 대비된다.
거래량이 늘면서 일산 지역 집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주택시장동향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일산서구가 1.36%, 일산동구가 1.29% 오르며 파주(1.39%)에 이어 수도권에서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산 지역 집값 상승은 지난달 중반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규제 강화에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수요를 자극했고 최근 극심해진 전세난으로 서울 외곽 거주 세입자의 매수세까지 유입되면서 집값을 키웠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입지가 좋은 단지의 경우 한달여 만에 수억원 이상씩 오르며 최고가를 찍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학원가 밀집지역인 마두동 백마1단지삼성 133㎡(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13일 7억4000만원에 매매됐지만 불과 10일만에 8억3000만원까지 올랐고 이달 들어서는 10억원에도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된 최고 호가는 11억원이다. 이 지역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최근 규제지역으로 포함된 김포와 일산동구는 사실 서울 접근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같은 규제지역이라면 인프라가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산이 낫다는 판단이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경의중앙선 탄현역세권인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 170㎡는 지난달 10억3500만원으로 단지 최초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이 아파트는 2008년 분양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약 12년 동안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었다. 단지 위치도 신도시 외곽인 탓에 좋은 입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산 부동산시장이 살아나면서 이달 초 분양을 마무리지었다. 탄현동 B공인 관계자는 "최근 파주 운정역 주변 아파트값이 오르고 매물이 동나자 이 지역 아파트 매수 문의가 부쩍 늘었다"라며 "미분양 단지까지 다 소진됐을 정도로 매물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일산신도시는 입주한지 30년 가까이 됐음에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호재가 거의 없는 탓에 고양시 일대에 잇따라 조성된 삼송ㆍ원흥ㆍ향동ㆍ지축ㆍ장항 등 공공택지지구와 3기신도시인 창릉지구에 가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인근 행신지구 등 비슷한 시기에 들어선 덕양구 일대 아파트에도 밀릴 정도였다. 실제 올 3월 기준 덕양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3억8150만원을 기록, 일산동구(3억8100만원)와 서구(3억500만원)를 뛰어넘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 확대가 잇따를 경우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다. 일산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A노선이 지나는 곳으로 2023년에는 킨텍스역이 준공될 예정이다. 이 노선이 완공되면 그동안 취약했던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다. 또 3호선(대화~운정)과 고양선(고양시청~식사동) 연장과 대곡소사선의 일산 운행, 인천2호선의 일산 연장 등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산 등 서울 외곽지역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 이어 지방이 오르고 또 그 기준에 맞춰 다시 수도권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돈은 규제가 적거나 상승가치가 있는 곳으로 흐르기 마련인데 일산은 이 같은 기대감이 있고, 최근 서울 사람들도 밀려나는 마당이라 공급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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