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제품 가공 공정 모습을 바라보는 US스틸 직원. <사진=US스틸> |
14일(현지시간) 미국 라디오리버티는 US스틸 관계자들을 인용해 소유주인 우크라이나 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57)가 폐쇄된 공장에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채굴했다고 전했습니다. 순 자산만 11억달러(약 1조2049억원)에 달하는 콜로모이스키는 우크라이나 중남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주지사였고, 민간 상업은행 프리바트뱅크를 소유했었던 영향력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자신이 소유한 US스틸 공장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한 건 아무래도 요즘 암호화폐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달린 영향일까요? 채굴 현장은 켄터키 주 칼버트 시티에 소재한 US스틸 산하 CC메탈앤앨로이 공장이었다고 합니다. 해당 공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올 여름 가동 중단되기도 했는데 공장 직원들에 따르면 유일하게 이어진 생산활동이 비트코인 채굴 작업이었다는 군요.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는 슈퍼컴퓨터와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에서 산업용 전기를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철강 공장이 적합한 장소였던 모양입니다. 한창 '코인 열풍'이 불던 2017년을 보면 비트코인 채굴 탓에 이산화탄소가 6900만 톤 배출됐는데 호주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비슷한 수준이고 전 세계 에너지 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합니다.
15일 기준 1만9500달러 선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비트코인 시세(왼쪽)와 US스틸 소유주인 우크라이나 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 <시세 데이터 출처=코인데스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콜로모이스키는 지난 2011년 미국 금속 산업에 진출하겠다면서 1억8800만달러에 US스틸을 지분 투자했는데 지금은 5개 주에 걸쳐 공장 7곳을 운영하는 이름있는 회사가 됐습니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 프리바트뱅크를 소유하던 지난 2008~2016년 당시 은행 돈을 빼돌려 미국 부동산 등에 투자한 사기·횡령 혐의로 올해 8월 미국 법무부에 제소당해 피고인 신세가 됐습니다.
미국 대표 철강주 뉴코어(오른쪽)과 US 스틸 <그래픽=구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사정이 비트코인 채굴 소식으로 한 번 더 주목받으면서 14일 뉴욕증시에서 US스틸 주가는 5.73%급락해 17.2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요즘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광석 뿐 아니라 가장 일반적인 '철판' 열연 철강판 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분위기와 살짝 다릅니다.
수요가 늘었는데도 철강업체 주가가 급락하니 시장 관심을 살 법도 합니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글로벌 플랫 데이터에 따르면 열연 철강판의 경우 지난 8월 이후 빠르게 올라 시세가 1톤(t)당 900달러선인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8월 대비 거의 2배 오른 가격입니다. 내년 실물 경기 회복에 따른 철강 수요 예상을 점친 철강업계·투자자들 수요가 그만큼 많은 현실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US스틸 주가도 지난 달 2일 이후 한달 반 정도 되는 기간동안 75.23%뛰기는 했습니다. 다른 철강사 리버스틸 지분을 지난 해 49.9%인수한 데 이어 최근 50.1%추가로 인수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발표가 나와 주가가 오른 영향도 있기는 합니다. 다만 미국 최대 철강사로 통하는 뉴코어도 같은 기간 주가가 13.89%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철광석 뿐 아니라 구리·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밖에서는 중국의 '내수 살리기' 정책으로 원자재 수요가 급등하면서 지난 13일 철광석(중국 칭다오항) 가격이 1톤 당 160.13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 2월 20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중국 칭다오항 철광석 가격은 지난 10월에는 톤당 110~120달러 선이었는데 지난달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졌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철강과 관련해선 뉴욕증시에 '반에크 벡터스 스틸 상장지수펀드'(ETF· SLX, -1.52%)이 있고 한국증시에는 대신증권의 '철광석 선물 상장지수증권' (ETN) 과 '철광석 선물 인버스 ETN' 등이 있습니다. 뉴욕증시 철강주로는 뉴코어와 US 스틸이 대표적이고 한국증시에선 '철강3형제'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을 주로 꼽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이라면 가격 변동성을 염두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년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따른 실물 수요가 있겠지만 최근 유동성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시세 차익을 원하는 투기적 수요가 ETF와 ETN 등을 통해 원자재 시장에 유입됐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통하던 금도 올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투기적 수요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세 변동이 예전보다 커졌다는 시장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