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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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번 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징계가 의결되기 전이었던 지난 1일 법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윤 총장이 다시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집행정지 신청의 경우 앞선 사례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어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 화요일 심문 잡혀…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 결론20일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윤 총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에 불복해 낸 징계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리를 맡게 된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이번 주 화요일(22일)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재판부는 심문기일 원고인 윤 총장과 피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 양측의 진술을 들은 뒤 이르면 당일 오후 늦게, 늦어도 하루 이틀 뒤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중요한 사안인데다 윤 총장의 정직 기간이 2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로서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단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직무집행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기일을 연지 하루 만인 이번 달 1일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일부인용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이번 정직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역시 늦어도 크리스마스 전인 23∼24일쯤에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집행정지 사건과는 여러모로 달라앞선 사건과 이번 사건은 집행정지 신청의 대상이 된 처분이 우선 다르다.
앞선 사건이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효력을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시켜달라는 것이었던 반면, 이번 사건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징계 처분 취소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시켜달라는 것이 신청취지다.
즉 앞선 사건에서는 추 장관의 직무정지(혹은 직무배제) 명령이, 이번 사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직 처분이 정지되는 대상 처분이다.
다만 대통령의 처분에 관한 행정소송의 경우 피고를 소속 장관으로 하도록 정한 행정소송법 제16조 2항에 따라 형식상 피고가 법무부 장관일 뿐이다.
소장 접수를 앞두고 “대통령에 대한 소송이 맞다”고 했던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가 “검찰총장이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는 건 지나친 단순화이자 왜곡”이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고, 청와대 역시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의 징계 의결에 대한 대통령의 재량(집행을 거부하거나 징계 수위를 낮출)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재가는 법에 따른 조치였음을 강조했지만 이번 소송의 실질이 ‘대통령의 정직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고 집행정지 신청 역시 ‘대통령의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내용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 여부가 가져올 파장 역시 차이가 있다.
먼저 지난번 집행정지 신청의 대상이 된 처분인 직무집행정지 명령은 불과 며칠 뒤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징계가 의결돼 집행되면 어차피 더 이상 효력이 유지될 수 없는 처분이었다.
징계위에서 해임이나 면직이 의결되고 집행될 경우 정지할 직무 자체가 없어지고, 정직 의결이 나오면 윤 총장의 직무는 해당 징계 의결에 따른 대통령의 징계 처분으로 정지될 뿐, 앞선 추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명령에 따라 정지되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집행정지 신청취지는 직무정지명령 취소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는 정지의 대상인 직무정지 명령 자체가 징계위의 징계 의결과, 대통령의 집행으로 곧 의미가 없어질 상황이었다. 만약 징계 처분이 집행된 이후에 제기됐다면 취소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 모두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될 수 있었던 것.
당시 재판부 역시 결정문에서 “피신청인(법무부 장관)의 주장과 같이 그 징계절차가 임박하여 조만간 징계 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라면, 설령 신청인(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가 인정돼 중징계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징계 처분이 이뤄지기 이전의 짧은 시간 동안 신청인의 직무가 유지될 뿐이므로 그 직무의 염결성이 중대히 저해되리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경우 공정한 검찰권 및 감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법무부 측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
반면 이번 집행정지 신청의 경우 이미 2개월 정직의 징계 처분이 내려진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징계 처분이 위법·부당하다”며 취소를 구한 취소소송의 판결 확정시까지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것인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윤 총장의 총장 직 수행에 큰 차이가 발생된다.
특히 윤 총장의 남은 임기가 7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 파장은 훨씬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경우, 윤 총장은 법원의 결정과 동시에 검찰총장의 직무에 즉시 복귀할 수 있다. 검찰총장의 직을 수행하면서 징계 처분 취소소송을 수행하게 될 텐데, 통상의 취소소송이 1심 판결 선고까지도 적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리는 만큼 윤 총장이 남은 임기를 모두 마친 뒤에야 취소소송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국 몇 년 뒤에 징계 처분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추 장관의 징계 청구나 징계위의 징계 의결, 문 대통령의 징계 집행은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 정직 처분의 효력을 유지할 경우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던 지난 16일부터 2개월 동안 총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윤 총장은 두 달 뒤인 내년 2월 16일 다시 총장직에 복귀해 임기가 만료되는 같은 해 7월 24일까지 총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되겠지만, 총장의 임기가 끝나고 몇 년이 지나 대법원에서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2개월 정직 처분을 취소한다”는 승소 판결이 최종 확정된다 해도 빼앗긴 2개월은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만큼 윤 총장 본인이나 징계를 청구한 추 장관, 징계를 재가한 문 대통령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결정인 셈이다.
◆구체적 징계 사유에 대한 재판부 판단 영향 미칠 듯행정소송법이나 종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행정처분의 효력정지나 집행정지를 구하는 신청사건에서는 행정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는 판단 대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킬지 말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정직 처분 자체가 적법한지 여부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 징계의 근거가 된 구체적인 징계 사유들이 적정했는지 등은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원칙적으로 참고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행정소송법 제23조 2항에 따라 ‘정직 처분으로 인해 윤 총장이 입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성’이 존재하는 지가 판단 기준이 된다.
법무부가 주장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는 같은 법 제 23조 3항에 의해 소극적 요건으로 고려된다.
즉 재판부는 윤 총장이 정직 처분으로 입게 될 회복할 수 없는 손해와 윤 총장에 대한 정직 처분의 효력을 본안 사건에 대한 재판 확정 때까지 정지시켰을 때 공익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형량해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효력 정지의 대상이 징계 처분 자체인 데다 앞서 밝힌 것처럼 나중에 나올 본안소송(징계 처분 취소소송)의 결과가 시기적으로 의미를 갖기 어려운 특수한 사정이 있는 만큼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하면서 이번 징계 처분의 근거가 된 구체적 징계 사유들과 징계 처분에 이르는 과정상의 절차적 문제를 같이 따져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징계 사유에 포함된 ‘재판부 정보수집 문건’의 성격이나 윤 총장의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 등에 대해 재판부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가 집행정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제4행정부 조미연 부장판사는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처분의 효력을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정지하는 일부인용 결정을 내리면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행사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지적,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秋·尹 갈등 종지부 찍을 듯이번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추 장관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져온 秋·尹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은 지난 16일 청와대를 찾아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안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하며 법무부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한 데 특별히 감사하다”고 추 장관을 치켜세우며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법원이 2개월의 정직 처분으로 윤 총장이 입게 될 손해가 크지 않다고 보거나, 윤 총장이 입을 손해는 인정되나 문제가 드러난 총장을 바로 직무에 복귀시킬 경우 공공복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할 경우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임기 전 사퇴에 회의적이었던 윤 총장이지만, 대통령이 징계안을 재가한 상황에서 법원마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 진지하게 본인의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검찰총장 부재로 인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의 직무대행 체제 하에서는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이나 ‘라임·옵티머스’ 관련 정관계 로비 수사 등 주요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이 내년 1월 임기 중 마지막 검찰 인사를 단행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에 반발했던 검사들을 무더기로 좌천시키고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맡고 있는 수사팀을 공중분해시킬 것이란 관측도 그동안 추 장관이 보여온 인사 패턴에 비춰볼 때 단순히 윤 총장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우려로 볼 건 아니다.
반대로 법원이 다시 한 번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정직 징계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릴 경우 추 장관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야권을 중심으로 추 장관은 ‘자진 사퇴’가 아니라 ‘해임’ 내지 ‘경질’ 대상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인 건 추 장관이었지만 징계안을 재가하고 집행한 문 대통령 역시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징계 청구와 관련 여러 차례 판정패를 당한 바 있다.
먼저 관련 규정까지 고쳐가며 어떻게든 추 장관이 개최를 막아보려 했던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추 장관이 소집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긴급 임시회의를 열고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수사의뢰 모두 부적정하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법무부 내부 위원회에서 법무부 수장의 여러 조치들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추 장관 입장에선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은 날 법원은 윤 총장이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특히 당시 조미연 부장판사는 ‘징계 사유가 객관적으로 소명되지 않았다’거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한다’는 등 윤 총장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반면, 징계 대상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권한이 장관의 재량행위라는 추 장관 측 주장에 대해 “행정청에게 부여된 재량도 일정한 한계를 가지며, 재량권의 일탈·남용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 또 해당 규정이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추 장관 측 주장 일체를 반박했다.
이 같은 법원 결정에도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 소집을 강행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평검사에서부터 최고위급 간부인 일선 고검장들까지 집단 성명을 통해 추 장관에게 징계 청구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 대한법학교수회 등 학계는 물론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까지 나서 추 장관의 조치가 과도했다고 지적하고 나선 바 있다.
결국 이번 징계 사태와 관련 추 장관이 이긴 건 모든 위원의 인선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징계위가 유일했다. 징계 취소소송의 결론이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난 뒤에 나올 것이 확실한 상태에서 추 장관이 그동안의 패배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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