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부인한 FBI국장·국토안보부 장관·경합주 주지사 표적
트럼프 지지자들 실제로 움직여 일부 공직자 협박
미국과 이란의 갈등. 미국 수사당국은 이란이 최근 부정선거 의혹을 악용해 미국 고위공직자들을 공격하라고 미국인들을 선동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PG)[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대선을 조작하는 데 관여했다며 해당 공무원을 해치자고 선동한 온라인 게시물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인터넷에서 이런 폭력 선동을 주도한 사이트 '국민의 적' 표적명단에 등재된 인사들에게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전달했다.
FBI는 "잘 훈련된, 집요한 이란 협박요원들이 2020년 12월 중순 미국 선거 관리 공무원들을 겨냥한 살해위협이 담긴 '국민의 적' 사이트를 만든 게 거의 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매우 신빙성 있는 정보가 있다"고 통보했다.
'국민의 적' 사이트에서 표적이 된 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조작 주장을 반박하거나 대선 불복전에 직결된 주 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선거조작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크리스토퍼 라이 FBI 국장, 크리스토퍼 크렙스 전 국토안보부 장관, 경합주들의 주지사, 선거관리 공직자 등 수십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국민의 적' 사이트는 "우리 민주주의를 전복할 목적으로 표를 바꾸고 대통령에게 불리한 행동을 한다"며 이들의 사진, 자택주소 등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이들의 사진에는 정조준 십자선이 그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하거나 격전지 선거관리를 맡은 공직자들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노출하며 공격을 선동한 '국민의 적' 사이트. [트위터 캡처, DB 및 재사용 금지] |
선거 조작을 믿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 일부는 이번 선동이 이어지는 동안 실제로 위협에 가까운 행동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표적 명단에 오른 조셀린 벤슨 미시간주 국무장관의 디트로이트 자택 앞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대선조작 의혹을 주장하며 무장한 시위대가 최근 집결해 긴장된 풍경을 연출했다.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그의 배우자, 선거관리 책임자인 게이브리얼 스털링은 수 주째 살해 협박을 받아 법집행기관으로부터 별도 경호를 받고 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외국 공작원들이 미국 선거 절차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애초에 알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 주장을 계속한 까닭에 그런 종류의 해외 공격이 미국 시민의 정신에 침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11월 미국 대선에 이란이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정보 당국은 이란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를 분열하려고 한다고 지난 8월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소셜미디어에서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것처럼 온라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정보기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기면 이란의 정권교체를 위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이란 공작의 일부 동기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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