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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관세 위기' 피한 英-EU, 브렉시트 이후 내년 1월부터 바뀌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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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래관계 합의로 새로운 관계 시작

교역·공정경쟁환경·어업·이동 등 곳곳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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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진행해온 미래관계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전환기간이 종료되는 내년 1월부터는 양측이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다. 협상 기간 내내 영국은 주권 회복, EU는 회원국 외 '체리피커(의무는 없이 이득만 챙기는 존재)' 허용 금지 라는 원칙을 내세운 만큼 무역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양측의 유대관계는 이전에 비해 다소 느슨해지고 장애물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이 합의한 2000쪽 분량의 협정안 초안은 ▲새로운 경제, 사회적 협력관계를 담은 자유무역협정 ▲ 형법, 민법 문제에서 법 집행, 사법 협력을 위한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시민 안전 파트너십 ▲분쟁 해결 방법 등 거버넌스에 관한 수평적 합의 등 3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특히 자유무역협정은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투자, 경쟁, 국가보조금, 조세 투명성, 해상, 도로 교통, 에너지, 지속가능성, 어업, 데이터 보호 등을 아울렀다.


블룸버그는 "브렉시트 이후 무역협정에 따라 영국은 EU 회원국이었을 때보다 더 많은 무역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주권을 되찾는 대가"라고 설명했다. EU의 한 관계자는 "모든 사람은 오늘과는 매우 다를 내년 상황에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상품 교역 : 무관세·무쿼터지만 통관·검역은 생겨

영국과 EU의 미래관계 협상 시작점은 바로 무역협정, 특히 상품 교역이었다. 양측은 당초 브렉시트 이후에도 무관세 교역이 이뤄져야 하며 그 수량에 대해서도 별도로 제한(쿼터)을 둬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하면서 합의 없이 탈퇴를 하는 '노딜(No Deal)' 가능성이 커지자 영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골자로 교역하면서 일부 상품에 별도 합의를 체결하는 호주 모델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경하게 대응해왔다. 이렇게 되면 관세가 크게 올라가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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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국과 EU는 이번 협상에서 무관세, 무쿼터 교역이라는 합의를 이뤄냈다. EU가 기존에 다른 선진국과 체결한 캐나다나 일본 등과의 무역협정보다도 영국과의 협정에서 단일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권을 보장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하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수출업체 등에 비용 등이 늘게 되는 새로운 장애물도 생긴다. 내년 1월 1일부터 양측 간 교역에 관세와 규제 국경이 세워지고, 상품 교역 과정에서의 통관과 검역 절차가 이뤄지게 된다. 이를 통해 EU는 영국 수출업자에 해당 상품에 대해 건강 및 안전 관련 증명서, 원산지 인증 등을 요구하게 된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에서 벗어난 만큼 회원국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단일시장 안에서의 시장 접근권과 비교하면 떨어지지만 이번 합의는 항공과 도로, 철도, 해양에서 지속가능한 연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경쟁환경 : 법적 구속력 갖춰 불이익 생기면 관세 부과

공정경쟁환경 부분은 양측이 협상 막판까지 입장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은 쟁점이었다. 이 이슈는 영국이 EU의 규제 시스템에서 벗어난 이후 조세나 국가보조금, 환경·노동권 등에서 EU 회원국보다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불공정한 이익을 내선 안된다면서 EU가 영국 측에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를 두고 영국과 EU는 이번 합의안에서 국가보조금과 관련한 공통의 법적 구속력 있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 원칙은 양측 법원에서 집행 가능하며 불법 보조금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보조금 집행이 투명하게 이뤄져야하며 어느 정도의 국가보조금이 문제가 되는 지 등을 규정하지 않고 개별 사안에 맞춰 판단하기로 했다.


또 노동권 등의 분야에서 양측 규제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해 '재균형 메커니즘'을 만들어 불이익을 본 측에서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다. 이 절차를 통해 영국이 EU의 규정을 직접 따르거나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할권에 들어갈 필요는 없게 됐다.


어업 : 5년 6개월간 전환기간, 이후 매해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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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 이슈도 공정경쟁환경과 마찬가지로 협상 막판까지 쟁점으로 다퉜던 이슈다. 영국 수역에 대한 EU 어선의 접근권, 영국 수역 내 EU 어선들이 거둬들일 수 있는 어획량 등에 대한 논의였다. 프랑스 등이 자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던 이슈이기도 하다.


영국과 EU는 이번 합의를 통해 영국 수역에 대한 EU 어선이 5년 6개월간의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 중에는 서로의 수역에 대한 접근권은 변화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이 기간 중 영국 수역 내 EU 어획량 쿼터는 25% 줄일 예정이다. 현재 EU 어선이 영국 수역에서 거둬들이는 어획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6억5000만유로 수준이다.


전환기간이 종료되면 EU 어선의 영국 수역 접근권에 대해서는 매년 협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회담에서 EU 어선이 어획할 수 있는 어종과 규모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서비스·이동의 자유·안보

금융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그동안 무역협정 협상과 별개로 금융시장에 관한 별도 협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은 내년부터 금융서비스는 규제동등성 평가에 따르게 된다. EU가 비회원국의 금융 규제와 금융 감독 실효성 등이 EU 기준에 부합하다고 결정하면 비회원국의 금융회사도 개별 EU 회원국의 별도 인가 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일부 규제는 EU의 동등성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금융서비스에 관한 별도 규제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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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EU를 탈퇴함에 따라 영국인들은 이전만큼 자유롭게 EU 내 이동을 할 순 없게 됐다. EU 회원국에서 해당국 시민처럼 일하고, 공부하고, 사업을 하거나 거주할 권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EU 회원국에서 90일 넘게 체류하려면 영국인들은 비자를 받아야 한다. EU 회원국 국적자의 영국 내 자유로운 이동도 불가능해진다.


안보 측면에서는 영국은 유럽사법협력기구(Eurojust·유로저스트), 유럽경찰청(유로폴·Europol)에서도 탈퇴하게 되지만 양측 경찰과 사법 당국간 협력 하에 영국과 이들 기구 사이의 협력은 지속하기로 했다. 영국은 실종이나 도난에 대한 경찰 경보를 공유하는 EU 지역의 데이터베이스와 테러 대응과 용의자 지문, DNA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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