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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정직 3개월은 과하다”… ‘갑질 논란’ 前 말레이 대사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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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경환 전 주말레이 한국대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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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등 갑질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은 도경환(59)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최근 도 전 대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도 전 대사는 2018년 8월 “나뭇잎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 급여를 차감하고, 나무가 죽으면 사비 처리하라”고 협박하는 등 공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7월 해임됐다. 같은 해 4∼12월 도 전 대사의 배우자는 20회에 걸쳐 행사용 식자재를 사며 영수증 금액을 부풀려 남는 금액을 부부의 식자재를 사는 데 썼는데도 이를 방치한 것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지난해 7월 도 전 대사는 ‘성실의무 위반’과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해임됐지만, 그가 해외 대사관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고급 한복을 받아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두 달 후 징계 수위가 해임에서 정직 3개월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징계 처분에도 불복한 도 전 대사는 같은달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 도 전 대사 측은 “징계사유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직 처분의 전제로 삼은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된다”면서도 “징계 기준, 감경 사유, 양정 요소 간 비례성 등을 올바르게 참작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외교부 장관)가 갖는 징계 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교부가 징계 사유를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라고 주장하지만, 비위의 정도나 과실 여부에 대한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외교부는 어떤 이유로 도씨에게 징계기준을 적용했는지 알 수 없으며,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고려한다면 ‘감봉’이 적정해 보인다”며 “30년 이상 아무런 징계 전력 없이 공무원으로 근무한 도씨에게 최종적으로 인정된 두 사유만으로 중징계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시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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