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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디지털 엘도라도를 찾아서` 비트코인 3만달러 돌파…개미들 채굴업체 주식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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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대장' 비트코인이 3만달러 천장을 뚫으면서 새해 문을 열었다. 시세가 실시간 급등하면서 투자자들은 2~3년 전 '코인 낭인' 투자 실패 기억을 누르며 비트코인 관련주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다. 뉴욕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발빠르게 비트코인 채굴업체와 관련 종목 주식 매수에 나섰다. 올해 들어서는 암호화폐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증시에 등장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 상태다.

2일 비트코인은 저녁 9시께 처음으로 3만달러를 돌파해 3만8달러(약 3265만원)를 기록했다. 이후 시세는 3만3021.97달러로 8시간 여만에 약 10% 뛰기도 했다. 앞서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최고 경영자(CEO)는 올해 말 비트코인 시세가 최고 6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월가 '헤지펀드 투자 거물'로 불리다가 암호화폐 투자사인 갤럭시디지털을 창업한 그는 지난 11월 18일(이하 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2021년 말 비트코인 시세가 5만5000~6만달러 선일 것으로 본다"면서 "요즘 비트코인 시장은 열광하는 개인 투자자들에 비해 기관 투자자들 진입이 상대적으로 많아졌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고 언급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황금' 비트코인 값이 뛰면서 관련 종목에도 매수세가 몰린다. 지난 31일 뉴욕증시에서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 디지털'(BTBT) 주가는 전날보다 44.63% 폭등한 21.91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달 24일 6.01달러이던 주가가 불과 1주일 만에 3.65배 뛴 셈이다. 또다른 채굴업체인 라이엇 블록체인(RIOT)은 이날 1.56% 떨어졌지만 한달 만에 2배로 올라선 상태다. 지난 해 10월 21일 암호화폐 거래를 자사 플랫폼으로 들여오고 이후 가맹점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페이팔(PYPL)을 비롯해 이미 비슷한 방식을 도입한 스퀘어(SQ) 등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주가도 덩달아 빠르게 올랐다.

2018년 이후 급등락을 거듭해 한국 사회에서 '김치 코인'과 '코인 낭인'이라는 유행어까지 양산했던 비트코인이 올해 두드러진 인기를 끄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다. 차세대 결제 수단·시스템에 대한 업계 인식 변화와 금 대체 투자 수요 증가다.

비트코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월가에선 올해 '암호화폐 ETF'가 출시될 지 관심사다. 뉴욕 소재 투자사 반에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사의 'MVIS 크립토컴페어 비트코인벤치마크 ETF'를 '가능한 빨리' 판매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지난 30일 제출했다. 반에크는 지난 2019 년 9월 암호화폐 ETF 출시를 신청했다가 SEC로부터 거부 통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조 바이든 차기 정부가 새 SEC 위원장을 정하고 어떤 입장을 낼 것인 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월가 시선이 모인다.

지난 달 16일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2만달러를 돌파하자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바로 다음 날인 17일 SEC에 기업공모(IPO)를 신청하기도 했다. 코인베이스는 이용자 수가 약 3500만 명으로 한국 등 해외 100개국에서도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는 2017~2018년 '투자 열풍' 때와 다르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차세대 결제 수단·시스템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업계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난 해 등장한 비트코인 유명 투자자들로는 튜더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인 '억만 장자' 폴 튜더 존스,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 스탠리 드러켄밀러, 대형 보험사 매스뮤추얼, 모바일플랫폼·온라인 데이터분석업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이 있다.

피델리티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서 처음으로 지난 해 8월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의 운용 자산은 지난 해 말 104억달러로 같은 해 9월 대비 75% 증가했다. 경쟁사인 코인셰어스 운용 자산도 지난 해 150%이상 늘었다. 앞서 지난 11월 18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18일 딜북 컨퍼런스 행사에서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기술)은 돈을 더 저렴하게 이동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과거 "비트코인은 사기"라면서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구근 투기 파동에 비유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금 대체 투자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일례로 드러켄밀러는 2019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으며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1년 만에 입장을 바꿔 "비트코인은 밀레니얼 세대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매력적이며 나도 현재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금보다 더 수익률이 좋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암호화폐 투자회사인 코인셰어즈의 장-마리 모그네트 최고 투자관리자는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선으로 올랐던 지난 2017년은 암호화폐 시장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열기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기관·전문 투자자들이 중심이며 앞으로 시장은 더 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보그라츠 CEO도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인 금을 대체하고 있으며 현재 금의 3% 정도인 비트코인의 투자 비중이 조만간 10%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더불어 '암호화폐 3대장'로 통하는 리플이 상장폐지 리스크에 놓이자 다른 두 암호화폐에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달 21일 SEC는 리플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공동 설립자 크리스 라슨을 등록증권 불법 판매 혐의로 연방 민사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이후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리플의 암호화폐 'XRP' 상장폐지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비트코인 관련 종목은 주가 변동성이 커 투자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채굴업체인 마라톤특허(MARA)는 지난 31일 뉴욕증시에서 하루 새 4.04% 급락한 10.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22일에는 13.97달러에 마감했는데 열흘도 안 되는 동안 약 30% 주가가 떨어진 셈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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