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개념도(출처: SPHEREx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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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사에서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전환된 시기의 촬영기법과 같다.”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제트추진연구소(JPL) 앨런 파링턴 박사는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과 공동개발할 세계 첫 전천(全天) 적외선 영상분광탐사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SPHEREx)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천문연이 나사JPL,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등 12개 기관과 함께 6일부터 스피어엑스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은 우주망원경을 통해 몇 안 되는 색상의 우주를 관측해 왔다. 스피어엑스가 본격 가동되면 전 우주를 102가지 색깔로 볼 수 있게 된다. 비유하자면 화질이 선명치 않은 브라운관 방식의 흑백 TV에서 풍부한 천연색 표현이 가능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로 바뀌는 셈이다. 이는 영상분광기술을 적용했기에 가능했다. 영상분광은 넓은 영역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영상 관측’과 개별 천체의 파장에 따른 밝기의 변화를 측정하는 ‘분광 관측’을 합친 기술이다. 스피어엑스 공동개발 참여기관 중 유일하게 미국 외 기관으로 천문연이 선정된 것도 이 기술 때문이다. 한국 측 연구책임자인 정웅섭 천문연 박사는 “나사 등은 우리가 과거 차세대 소형위성 1호에 탑재한 근적외선영상분광기(NISS)에 적용한 선형분광필터를 독자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높게 샀다”고 말했다. 이는 영상분광을 개발할 기반 기술로 알려졌다.
스피어엑스에서 시도하는 전천 영상분광기술(출처: SPHEREx 홈페이지) |
스피어엑스는 이런 관측 기술을 통해 전 우주에 존재하는 약 20억 개에 달하는 개별 천체들의 전천 분광 목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피어엑스의 관측 영상과 각 천체의 방출 스펙트럼을 재구성하면 우주의 3차원 공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주 지도’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란 설명이다.
스피어엑스가 수집한 관측자료는 빅뱅 직후 우주 급팽창에 의한 우주생성 이론과 은하 형성·진화의 정보를 담은 적외선 우주배경복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또 우리은하와 우주에 얼음상태로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분포 지도를 작성해 지구와 같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계 탐사 연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피어엑스 국제공동개발은 천문연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 2016년 천문연이 칼텍과의 공동연구기획을 바탕으로 나사에 개발을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나사는 2019년 2월 이 제안서를 선정하고 지난해 10월 예비설계 결과를 평가해 우리 시간으로 6일 최종 승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피어엑스가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하게 됐다.
스피어엑스는 오는 2024년 제작 완료돼 태양 동기 궤도로 발사될 예정이며, 약 2년 6개월간 4회 이상 전천 분광 탐사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스피어엑스의 제작·운용에는 천문연·칼텍을 포함해 나사JPL, 볼 에어로스페이스, 하바드-스미소니안 천체물리연구센터,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아리조나주립대, 로체스터공과대, 아르곤국립연구소, 아리조나대, 존스홉킨스대, 오하이오주립대 등 12개의 기관이 참여했다.
천문연은 앞으로 칼텍의 관측기기 개발을 지원하면서 망원경의 우주환경시험에 사용될 극저온 진공 챔버 개발·테스트, 관측자료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및 핵심 과학연구 등에 참여할 예정이다. 나사JPL은 탑재체 개발 조립, 볼 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체 제작을 맡았다.
과기정통부 이창윤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영상분광 관측기술은 이번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개발뿐 아니라, 자원탐사, 기후 및 자연재해 감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라며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우리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우주망원경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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