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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번 폭력사태를 선동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을 공식 추진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 각료과 보좌관들은 대통령과 하루빨리 결별하기 위해 사임 의사를 잇달아 밝히고 있다. 13일 밖에 남지 않은 트럼프 정권의 운명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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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상원 지도부와 함께 수정헌법 25조를 동원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의 집무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과 내각 과반의 찬성을 통해 부통령이 그 권한과 책임을 넘겨받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동원해 대통령을 몰아내도록 요청한다”며 “만약 부통령과 내각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의회는 탄핵 절차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집무 수행을 계속 하면 안 되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하면서 “이는 최고 수준의 긴급한 상황이다. 앞으로 남은 13일이 매일 미국에 ‘공포 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역시 성명을 내고 “이 대통령을 집무실에서 몰아낼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부통령이 즉시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는 것”이라며 펜스 부통령의 역할을 주문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자신과 펠로시 의장이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에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공화당 인사들도 상당수가 대통령을 바로 하야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참했다. 애덤 킨징어 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은 “대통령은 부적합하고 심각한 고장이 나 있다”며 수정헌법 25조의 발동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 속에 경질됐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도 CNN방송에 출연해 “당신이 지금 내각에 있다면 그를 자리에서 몰아내는 쪽으로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공화당 소속의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대통령이 사퇴하면 미국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행정부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의회가 직접 대통령을 축출하는 탄핵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일한 오마르, 데이비드 시실린,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테드 리우 등 민주당 하원의원 13명은 7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했다. 탄핵이 실제 추진되면 2019년 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은 두 번째 탄핵 소추가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 탄핵이 제 시간에 의회에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또 상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줄사퇴도 현실화되고 있다.
일레인 차오 미 교통장관은 7일 성명을 내고 다음주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인인 차오 장관은 전날 발생한 의회 폭력사태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매코널 대표는 전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불복과 극렬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에 대해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타일러 굿스피드 미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도 “어제 의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직위에서 물러난다”는 성명을 내고 사임했다. 헌터 커츠 주택도시개발부 차관보 역시 전날 시위를 계기로 사임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도 6일 이미 사임했다. 이어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추가로 사임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CNN방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DNI) 국장, 오브라이언 보좌관 등이 전직 안보부처 당국자 등으로부터 사임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금 같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오히려 국가안보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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