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전에는 성폭행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전격 탈당했다. 난처한 처지에 몰린 정치인들이 입장문 하나 달랑 발표하고 일단 모습을 감추는 공식을 답습했다. 당에 부담을 주지 않고, 결백을 밝힌 뒤 복당하겠다는 탈당의 변 역시 21대 국회 들어 부쩍 자주 들어온 뻔한 소리다. 김 의원은 보수 유튜브 채널이 2년여 전에 이뤄졌다는 성폭행 의혹을 제기하자 곧바로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정작 당이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에 나서려 하자 바로 탈당해 버렸다. 탈당을 통해 무소속이라는 '안전지대'로 피신해 비난 여론의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꼼수 이외에는 해석할 방도가 없다.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국민의힘이 김 의원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면 더 큰 문제다. 선거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것이어서다.
결국 문제는 이들을 공천하고, 추천한 공당의 '나 몰라라' 하는 태도다. 자신들이 공당의 이름으로 보증한 인물에게서 '하자'가 발생했다면 마땅히 사과하고 재발 방지에 진력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탈당하는 순간 공당의 책임은 요술처럼 개인의 책임으로 치환된다. 정당은 부실 검증과 공천·추천의 책임을 덜어내는 대가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도피'의 출구를 열어준다. 당 차원의 징계를 전혀 받지도 않고 무소속으로 넘어가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논란이 가라앉기만 기다릴 기회를 방치하는 셈이다. 여야 모두 처음부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내부 진상조사와 그 결과에 맞춘 징계 절차를 밟았더라면 작금의 무책임한 모방형 탈당 러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잇따른 성추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도 떳떳하지만은 않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모두 민주당 소속 전임 단체장들의 성추문으로 인해 치러지는 점을 상기해 반사이익만을 노린 정치공세는 삼가는 게 나아 보인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이 차제에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것을 재다짐하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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