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정치 극복 위해 전직 대통령 사면해야”
최 교수는 이날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촛불시위의 연장선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까지 시킬 순 있었어도 사법처리까지 한 건 곤란하다”며 “현직에 있을 때의 통치행위에 대해선 정치적인 고려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게 법적 기준만으로 판결해 대통령을 가둬놓는 건 한국 정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대 정치가 악화한 주원인에 대해선 “정부가 ‘여론’에 의한 정치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문제를 여론이라는 이름의 의견집단에 기대어 결정한다”며 “법의 지배가 가능치 않은 전제정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 간 협의도 없고 반대를 적대시하며 국정을 운영했다. 이것이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앞서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민주주의를 생각한다’ 논문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열정적으로 따르는 ‘빠’ 현상은 강고한 결속력과 공격성을 핵심으로 한 정치운동”이라며 “조직된 다수가 공론장을 지배하면서 여론을 주도하며 시민사회 공론장을 황폐화시킨다”고 주장했다.
국회서 ‘탄핵 촛불’ - 2016년 12월 5일 당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 국회 정문 밖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소속 의원, 당직자들이 이날 국회 경내의 의사당 계단에서 촛불로 ‘탄핵’이란 글자를 만들고 있다. /주완중 기자, 이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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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촛불 든 文 문재인 - 2016년 11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 집회’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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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반대하던 촛불시위를 ‘혁명’이라고 해석한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시위를 ‘혁명’으로 해석한 데서부터 문제를 느꼈다”면서 “촛불을 자신들 뜻대로 해석하고 전유하며 ‘적폐청산’이라는 기조로 국가주의적 운영을 해 나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촛불로 세워진 정부가 촛불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만, 진중권 등 진보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등을 돌린 것도 이 같은 모순적 행태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장집 교수는 “모든 정부가 임기 후반 레임덕을 겪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면서도 “그동안 대통령이 확장적 권력을 행사하며 전방위적으로 개혁을 진행해 왔지만, 남은 임기 동안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데 관료들 통제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정적 민심을 달래기 위해 눈에 보이는 레토릭(수사)이나 슬로건에 대한 방향은 바꿀 수 있겠지만, 내용의 본질까지 바꾸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번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원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생각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미와 영향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누가 봐도 대통령선거 전초전”이라며 “야당이 얼마나 당과 후보를 정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은 촛불시위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정비된 적이 없다”며 “사실상 지금 정당 체제는 여당 하나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그는 “서울시장에 안철수가 되든 누가 되든 이 부분은 관심 없다”면서 “야권은 여러 정당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단일화해야 하고, 나아가 당 대 당 통합으로 하나의 큰 야당을 만드는 게 궁극적으로 승산을 키우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치는 아직 다당제를 허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당과 정파를 취합해 다원적 의사를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 정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치적 급부상과 관련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겼나를 봐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가 운영 방식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법치 위기,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국민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위기를 해소해 줄 강력한 인물을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민주주의에는 ①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②언론·집회·결사에 대한 개인의 자유, ③법의 지배 등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 현 정부 들어 특히 ‘법의 지배’에 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통치하에서 사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며 “윤 총장이 일부에게 영웅으로 인식되는 건 그가 이 과정에서 법의 ‘수호자’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그(윤석열)가 이전 정권에서만 강하고 현 정부에서 변했다면 그저 권력의 시녀로 비쳤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며 “현재 권력에서도 검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특정한 사건이 아닌, 그동안 많은 사건에서 역할을 보였기 때문에 일시적 지지로 보이진 않는다”고 했다.
독일 희곡 ‘갈릴레이의 생애’ 연극 한 장면. /teatrodellapergol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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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독일 희곡 작품 ‘갈릴레이의 생애’의 한 대화를 인용해 현 사회 현상을 분석했다.
“영웅을 갖지 못한 사회는 불행해.”
“아니야. 영웅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불행해.”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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