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범죄 징후 조기파악이 중요
부실대응 책임 통감…재발방지에 최선
사건현장 출입조사 가능하게 법개정
법원에 접근금지 등 직접 요청도 필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적극 부응
수사 패러다임 국민보호·피해회복 전환
경찰사무 분산 통해 ‘견제와 균형’ 구현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위한 개혁 지속
‘가장 안전한 나라, 사랑받는 경찰’ 목표
사심없이 노력했던 청장으로 기억되고파
김창룡 경찰청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이에 부응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과제”라며 “개혁 성과를 밑바탕으로 국민의 안전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현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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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박도제 사회부장
국가수사본부·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2021년은 75년 경찰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는 해다. ‘제2의 창경’을 진두지휘해야 할 김창룡 경찰청장은 취임 2년차 새해 벽두부터 위기를 맞았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아이가 숨진 ‘정인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아동학대 대응책을 내놔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경찰청사에서 만난 김 청장의 얼굴엔 막중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인터뷰 중 수시로 울리는 전화, 문자메시지에 응대하는 사이 잠시 스치는 눈빛에도 깊은 고뇌가 느껴졌다. 대화 내내 ‘국민 안전’과 ‘공감’을 강조한 그는 “법령, 제도, 시스템, 교육·훈련 등 모든 측면에서 개선을 이뤄내서 다시는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겠다”고 힘주어 말했고, 신년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다. 다음은 김 청장과 일문일답.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었다. 죄송스럽고 책임을 통감한다. 아동학대는 범죄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현장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파악해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고, 전문가들이 개입해 분리,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령·제도 개선 노력과 경찰관 교육·훈련을 지속해 두 번 다시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학대예방경찰관(APO), 여청수사팀 등 일선 현장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겠다.
-경찰이 아동학대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나.
▶영·유아 학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호자와 피해아동을 빠르게 분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강제 분리 조치했다가 보호자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경찰관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은 사건이 발생되고 있을 때 바로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행법상 경찰은 신고 장소만 출입 가능하다. 대부분 병원, 약국에서 신고가 들어오는데, 가보면 부모가 이미 아이를 데리고 가버려 병원 관계자 진술을 듣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앞으로 부모가 거부하더라도 경찰이 필요한 현장을 방문해 조사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꾸려고 한다. 현장에서 즉각분리 등 응급조치를 할 때 반드시 검사를 경유하게 한 시스템도 문제다. 경찰관이 바로 법원에 요청해 소요시간을 줄일 수 있게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아울러 앞으로 가해자의 피해아동 100m 이내 접근금지 등의 방안을 포함해 유관부처와 종합적인 아동학대 재발방지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아동학대처럼 국민 안전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서는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을 강조해왔다. 향후 어떤 측면에서 준비가 필요한가.
▶무엇보다 법·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등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제·개정을 추진 중인 ‘스토킹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법률적 근거 마련이 긴요하다. 아울러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역사회 중심의 범죄예방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중점 추진하려는 정책 목표는.
▶올해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 제2의 창경이라고 할 정도로 조직과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변화된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이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수사 패러다임을 ‘국민 중심 책임수사’로 전환하고, 자치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치안품질을 향상시키고 국민 안전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기, 생활 주변 폭력 등 서민생활을 병들게 하는 불법행위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척결하겠다.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관련해 국민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국수본 출범과 함께 경찰수사 패러다임을 범죄진압 중심에서 국민 권익보호와 피해 회복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수사단계별로 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고 내실화하겠다. 수사부서 과·팀장 대상으로 실시 중인 수사지휘 역량평가 지표를 고도화해 검찰·법원 단계 결과까지 평가·환류할 계획이다. 대전·강원청에서 시범운영 중인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를 전면 도입해 수사결과,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겠다. 또 수사과정에서 사건관계인을 위한 인권보호 장치를 마련해 인권친화적 경찰수사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영상녹화 확대 및 진술녹음,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조서 작성 등 기반시설도 조성할 예정이다.
-‘공룡경찰’ 비판에 대한 생각은.
▶개정 경찰법은 경찰사무를 국가·자치·수사사무로 구분해 지휘·감독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제도적으로 구현하고 사실상의 분권체계를 갖추게 됐다고 생각한다. 반부패 종합대책, 성범죄 예방·근절 종합대책 등 강력한 쇄신방안도 수립, 시행하고 있다. 향후 정책 전반에 공개 행정을 강화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겠다.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위원회·직장협의회 등을 실질적으로 안착시켜 내·외부의 민주적 통제 기능을 강화하겠다.
-향후 경찰과 사회 전반에 필요한 개혁과제는 무엇인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길 바란다. 경찰 스스로 공정의 신념을 내면화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중립적이고 일관되게 법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법을 어기면 예외없이 처벌된다’는 인식을 뿌리 내리고 억울하게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디딤돌 역할을 하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 등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한다.
▶수사권 개혁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적 형사사법체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 올해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도 의미있지만, 여전히 검사의 직접 수사를 폭넓게 인정하고 검사가 경찰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돼있다.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에 대한 견제장치로 영장심의위원회가 도입됐지만,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도 계속적인 수사권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고민 중인 것이 있나. 또 수사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은.
▶경감 근속승진 기간이 8년으로 단축돼 그간의 승진적체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하위직에 집중된 열악한 직급구조로 승진 기회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직급구조를 개선해 승진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 경찰수사 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자질있는 수사관을 수사지휘자로 양성하는 ‘수사관 자격관리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경찰수사연수원 시설을 확충하고 수사분야별 전문화된 교육과 연구를 강화하겠다. 기업·금융·산업기술 유출 등 경제사건을 비롯해 전문역량이 필요한 중요사건은 시도경찰청 중심의 수사체계·지휘 내실화를 통해 전문성과 대응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남은 임기 동안 각오는. 앞으로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로, 어떤 경찰청장으로 남고 싶나.
▶경찰개혁을 안착시키고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을 목표로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가겠다. 법과 원칙에 의한 일관된 법집행을 정착시켜 국민의 인정과 공감을 받는 경찰로 거듭나는 게 평생 염원이고 우리 조직의 목표다. 이를 이루기 위해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한 사람이고 싶다. 적어도 가장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 정리=신상윤·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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