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독서·영성체 분배 등 가능하도록 교회법 수정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내 여성 역할 확대를 위한 또 하나의 의미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교황은 11일(현지시간) 미사 전례 등에서 여성 신도가 사제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수정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이에 따라 미사와 성체 강복 등을 거행할 때 여성 신도도 공식적으로 사제 옆에서 예식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 봉사자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미사에서의 성경 독서, 영성체 분배 등도 가능하다.
기존 교회법은 남성 평신도만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가톨릭 교구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여성 신도의 미사 봉사 참여를 허용해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규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법 개정은 이러한 사목적 현실을 충실히 반영해 미사에서 여성 봉사자의 지위를 법적으로 공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보수적인 주교가 자신의 교구에서 여성의 미사 봉사 참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교황은 대외 공표 서한에서 "이미 시행 중인 제도에 법적 안정성과 공공의 승인을 부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황청은 이것이 여성을 부제로 임명하는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부제는 교계제도에서 사제 바로 아래에 있는 성직자로, 미사를 집전하거나 성체성사 등을 주관하지는 못하지만, 강론을 하거나 세례·혼인성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사제와 마찬가지로 남성이 주로 부제를 맡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지속적으로 여권 신장과 여성의 사회·경제적 역할 확대를 강조해왔다.
교황청 관료조직에도 요직에 여성이 임명되는 등 일부 변화가 감지됐다.
교황은 작년 8월 교황청 재정을 감독하는 재무평의회 위원 15명 가운데 외부 평신도 몫으로 배정된 7명 전원을 교체하면서 6명을 여성으로 기용해 주목을 받았다.
교황청의 심장부 조직인 국무원 내 외무차관, 바티칸 미술관장, 교황청 공보실 부실장 등도 여성이 맡고 있다.
2016년에는 가톨릭교회 초기 여성 부제 제도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는 여성 부제 임명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로 해석돼 교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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