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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쿠바 테러지원국 재지정…바이든 취임 전 또 '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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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행정부 시절 해재 결정 뒤집어

폼페이오 "이전 정부와 약속 안 지켜"

바이든 새 행정부 외교 선택지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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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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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일주일여 남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시간) 쿠바를 5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새로 출범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대외정책에서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15년 이후 해제됐던 쿠바를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트럼프 정부는 (라울)카스트로 정권이 자신의 자원을 국민을 억압하는 데 전용하고 베네수엘라 등 서반구 국가에 악의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 오르면 쿠바와 거래하는 개인이나 국가는 제재를 받게 되고, 수출도 제한된다. 아울러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핵심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이나 차관을 받는 것이 제한 된다. 직접적인 거래 차단보다 해외 돈줄을 죈다는 점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북한과 이란, 시리아, 수단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다.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성과를 최대한 지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당시 부통령을 지낸 바이든 당선인을 계속해서 흔드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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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21일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오른쪽)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수도 하바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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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후반 쿠바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면서 2015년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했다. 이듬해 3월엔 쿠바를 직접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 땅을 밟는 건 1928년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 이후 88년만, 쿠바의 공산화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1990년대 종식된 냉전의 마지막 먼지를 털어낸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재지정 성명에서 “쿠바는 테러리즘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2015년 (미국의)이전 정부와의 약속을 어겼다”며 “카스트로 정권은 국제 테러리즘과 미국의 정의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같은 날 예멘 후티 반군을 이민국적법에 따라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하는 등 서너 건의 제재도 함께 발표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예멘 후티 반군과 지도자들에 대한 제재는 다분히 이란을 겨냥한 조치다.

임기 막판 이 같은 대외 정책이 의회와도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FP)에 따르면 현행법상 행정부는 최소 7일 전 의회 감독관들에게 대외 정책 변경과 관련한 내용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이날 조치들은 발표 몇 시간 전에야 전화로 통보됐다고 한다. 이런 일방통보에 의회 관계자들이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고 FP는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임기 말 내각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지도부 공백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도 끝까지 트럼프 충성파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신규 제재나 정책 발표로 차기 정부의 선택지를 하나씩 줄여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 관료들이 '대못'을 박아놓고 떠난 대외 정책들을 재검토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되돌릴 수 있지만, 절차상 시일이 걸리는 작업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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