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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무플방지] "박근혜 사면의 '요건'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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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징역 20년형 확정하자 "사면 요건을 갖췄다"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은 언제인가

박근혜, 과거 MB 사면에 “권한 남용”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박근혜 사면의 ‘요건’은 없습니다”

지난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자 일부 언론에선 “사면 요건을 갖췄다”라고 보도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나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사면 요건을 갖췄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사면에 무슨 요건이 있나?”, “형이 확정돼서 사면 요건이 갖춰졌다니…분명히 한글인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런 논리라면 모든 수감자가 사면 대상인가”라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양지열 변호사도 KBS 1TV에 출연해 “굉장히 잘못된 표현”이라며 “사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도인 거지, 사면의 요건은 없다”고 말했다.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5월 9일 취임 2주년을 맞아 출연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에 대해 “재판(최종선고)이 확정되기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 원칙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다만 “내 전임자이기 때문에 내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크다”며 가볍지 않은 의중을 나타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은 사면을 언급할 때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비쳤다.

그러나 같은 달 21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

문 전 의장은 당시 퇴임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적폐청산 얘기만 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고 얘기하는 세력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며 “과감하게 통합의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면서도 “그분(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태도를 보면 아마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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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지지자들이 무죄를 기원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벌금 180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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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의장이 제기한 사면론에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전두환 사례가 사면의 좋지 못한 결과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YS(김영삼) 정권시절인 1995년말 반란수괴·내란음모·살인·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노태우, 전두환 씨는 각각 징역 17년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됐지만, 2년여 만인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당시 김 대통령의 임기는 1998년 2월까지로 임기를 두 달여 남기고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그러나 전 씨는 출소 직후 소감을 묻자 “여러분은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농담으로 여유를 보이더니,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책임을 묻는 재판에 치매를 이유도 출석하지 않고 골프를 치거나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이러한 이유에서 새해 첫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을 지핀 사면론에 당내에서도 반발이 이어졌다. 진정한 반성과 사죄도 없이 사면만 하면 국민 통합이 될까라는 이유에서였다.

박근혜 사면하면 최순실은?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그 영향력이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과오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메시지기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혜 사면하면 국정농단 핵심 인물인 최순실(최서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사면을 반대하는 입장의 대표적인 반문(反問)으로 통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범죄의 총 책임자를 풀어주면서 그 하수인들은 가둬두겠다면 이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권력자에게만 관대한 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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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최서원) 씨 (사진=이데일리DB)


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대통령이 (사면을) 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단언했다.

우 의원은 15일 KBS 라디오에서 “여야 지도자끼리 회담이 예정된 것도 아니고 저쪽(박 전 대통령 측)에서 납득할 만한, 국민을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께서 불쑥 국민을 거스르는 결정을 함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전두환, 노태우 사면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으로 (사면을)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자가 여야 지도자의 합의라는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해서 나온 전두환 사면 대상자가 김대중 대통령이 성공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과거 MB 사면에 “권한 남용”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자 “대법원 선고 직후 사면 언급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따라 사면에 대한 의중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지만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 통합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기여 못 할 것’이라는 응답이 56.1%로 집계됐다.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38.8%였고, ‘잘 모르겠다’는 5.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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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MBN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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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사면 대상이 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대통령 임기 동안 사면권의 제한적 행사 방침을 밝혀왔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1월 26일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 브리핑에서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며 “더구나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고, 그러한 사면을 단행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해 1월 28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설 특사 계획에 대해서도 “만약 사면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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