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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일본, 코로나19에 여성·청소년 자살률 증가…가사·학업 부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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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여성과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늘어난 가사 부담의 영향이 컸고, 아동·청소년 일부는 휴교했던 학교가 수업을 재개한 것이 스트레스가 됐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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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게재된 홍콩대와 일본 도쿄 노인학연구소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일본의 자살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감소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일본의 자살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정부의 지원금과 노동 시간 단축, 학교 폐쇄 등이 자살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7~10월에는 자살률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정부 지원금이 끊기고, 아예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도 나타나면서 자살률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여성과 아동·청소년의 자살 증가가 두드러졌다. 여성 자살률은 지난해 7~10월 사이 전년 대비 37%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남성 자살률 증가폭 보다 5배 많은 수치다. 특히 가정주부의 자살률은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 2월부터 꾸준히 증가했는데 지난해 7~10월 가정주부 자살률은 전년 대비 132%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일본은 여성보다 남성 자살률이 2.3배 가량 높게 나타나는데,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여성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진 셈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여성 종사자가 많은 산업이 집중 타격을 입은 점,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사 노동 부담이 증가한 점 등을 여성 자살 증가의 원인으로 꼽았다. 또 여성의 56%가 비정규직인 일본 노동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회사들이 비정규직 고용 감축으로 대응하면서, 비정규직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 밖에 지난해 일본의 가정 폭력이 전년보다 증가한 점도 한 원인이 됐다.

20세 미만 아동·청소년의 자살률도 지난해 7~10월 사이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일본 학교들은 이 시기에 수업을 재개했다. 오랫동안 쉬었던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이 자살률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대학생을 포함한 학생들의 자살률은 학교가 폐쇄된 기간 동안 49% 감소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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