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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2020 미국 대선

바이든 취임날, 트럼프 '나홀로 이임식'…끝까지 美 찢어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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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참석 관례 깨고 별도 이임식

바이든 취임식과 겹쳐 국민 시선 분산

끝까지 편가르기, 펜스는 취임식 참석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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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외곽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별도의 이임식을 열 계획이라고 공영라디오 NPR과 CNN 등이 16일 보도했다.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비슷한 시점에 자신을 위해 성대한 이임식을 연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로 향할 예정인데, 그 직전 비행장에서 의장대 사열과 21발의 예포를 쏘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 것이라고 UISA투데이가 전했다.

레드 카펫을 깔고, 군악대가 연주하고, 임기 4년간 성과를 나열하는 연설을 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CNN은 전망했다. 미국 대통령 의전곡으로 쓰이는 '대통령 찬가(Hail to the Chief)'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누리는 마지막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9년 전인 1812년부터 쓰인 대통령 찬가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두 차례 연주된다. 한 번은 떠나는 대통령을 위해, 한 번은 신임 대통령을 위해서다.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 홀로' 이임식을 열어 자신에게 대통령 찬가를 선사하는 셈이다.

한 날 한 곳에서 울려 퍼져야 할 대통령 찬가가 각각 국회의사당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연주되면 이번 대선에 불복한다는 트럼프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된다.

트럼프 이임식 시간이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전 개최가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낮 12시 이후에 에어포스원을 사용하려면 바이든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그 전에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은 이날 낮 12시를 기점으로 새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에어포스원 탑승 때는 트럼프 수행원이 '핵 가방'을 들고 함께 탄다. 다른 핵 가방 하나는 바이든에게로 가고, 정오를 기점으로 비밀번호가 바뀐다고 CNN은 전했다.

결국 바이든 취임식 시간과 트럼프 이임식은 겹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참석이라는 관례를 깰 뿐만 아니라 끝까지 국민 관심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대통령 취임식은 통상 오전 9~10시 의사당에서 시작한다. 떠나는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새 대통령 취임 선서를 지켜본다. 낮 12시 취임 선서를 기점으로 정권 교체가 공식화된다.

이후 새 대통령은 막 퇴임한 대통령을 의사당 뒤편 헬기장까지 에스코트한다. 퇴임한 대통령은 헬기를 타고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이동한다. 새 대통령의 배려로 마지막으로 에어포스원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데, 탑승 직전 마지막으로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NPR은 "떠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 취임 선서를 지켜보고, 함께 헬기까지 걸어가는 모습이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보여주는 장면인데, 이번에는 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지지자는 트럼프 이임식을, 바이든 지지자는 바이든 취임식을 시청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거듭 다짐했던 '국민 화합과 치유'가 더욱 쉽지 않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이임식은 바이든이 '특별한 날'에 관심을 독점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세간의 관심이 바이든에게 쏠릴 때면 돌출 발언이나 이벤트를 벌여 시선을 빼앗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핵심 측근이 모두 곁을 떠나 쓸쓸한 이임식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한다. 공화당 의회 일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탄핵 심판에서 트럼프의 유죄 평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대행 등은 줄줄이 사임했다. 폭도들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낙인과 미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에서 두 번 탄핵당한 대통령, 최저 지지율 기록 등을 안고 워싱턴을 떠나게 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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