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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메르켈 가도…기민당 새 대표 라셰트, ‘메르켈주의’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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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메르켈 독 총리 퇴임 앞두고, 16일 기민당 대표 선출

경합 끝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 승리

차기 총리 되면…메르켈 다원주의·친환경적 정책 계승


한겨레

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속한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기민당·CDU)의 새 당대표로 선출된 아르민 라셰트(59)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가 선거 결과 발표 뒤 웃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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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로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퇴장이 시작됐다. 16일 집권 여당 기독민주당(기민당·CDU)은 아르민 라셰트(59)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지사를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했다. 독일은 9월26일 새로운 집권당을 뽑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현재 여론조사 결과상으론 지지율이 가장 높은 기민당의 새 대표가 유력한 총리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본선 못지않게 치열했던 이번 당내 선거에서 라셰트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후보와 마지막까지 경합을 펼쳤다. 라셰트는 “동서독 통일에 이어 앞으로 독일은 이주노동자, 다양한 종교·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또 하나의 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문화 정책과 환경 정책에서 메르켈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경제성장, 강한 독일, 사회보장 축소’를 내걸었던 메르츠 후보는 기업들과 기민당 내 보수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라셰트 후보가 521표로 466표를 얻은 메르츠 후보를 이기고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중도보수당인 기민당 안에서도 당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8년 기민당이 헤센주 등 지방선거에서 연패하면서 메르켈 총리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앞으로 총리직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시기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메르켈의 난민수용 정책을 비판하며 세를 넓혀왔다. 그러나 메르켈에 이어 당대표를 맡은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가 2019년 튀링겐주 선거에서 기민당의 주지사 집권을 위해 ‘독일을 위한 대안’과 협력했다는 논란 끝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새로운 당대표를 뽑게 된 것이다. 여성으로서 국방부 장관을 지냈던 크람프카렌바워는 한때 ‘제2의 메르켈 총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나치당과 손잡았다”는 당원들의 비판이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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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로 메르켈이 추구했던 다원주의적이자 친환경적 가치는 이어질 전망이지만, 보수와 진보의 긴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앞으로 이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앞으로 각 주의회 선거 결과 등에 따라 기민-기사당(CSU) 연합의 최종 총리 후보가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는데다 어느 당이든 절대다수 지지를 얻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직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기민당의 대표 후보들보다 기사당 대표이자 바이에른 주지사인 마르쿠스 죄더 후보의 지지율이 훨씬 높았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좌파당(Die Linke) 카탸 키핑 대표는 “(메르츠와) 약 60표밖엔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라셰트는 결국 당내 우익들을 기쁘게 해주려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반대로 ‘독일을 위한 대안’ 알리스 바이델 원내대표는 벌써부터 기민당이 결국 20%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는 녹색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들어 “기민당을 찍으면 녹색당이 집권할 것”이라며 보수적 지지자 확보에 나섰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위기는 독일 정치에서도 큰 변수다. 독일 정가에선 코로나 위기 동안 극우정당의 지지율과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츠는 크리스마스 때 중앙정부의 이동제한 정책을 “지나친 규제”라고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한때 공격받던 메르켈의 리더십은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신뢰를 얻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신뢰가 라셰트에 대한 지지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독일 언론들은 라셰트 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동안 보여준 여성적인 소통 방식에도 주목했다. 가족 이야기를 즐겨 꺼냈던 라셰트 총리는 당선 인사에서도 광부였던 아버지가 일할 때 갱도에서 달고 있던 번호표를 꺼내 들고 “아버지는 이걸 보면 사람들이 나를 믿을 거라고 하셨다. 행운의 부적”이라고 소개했다. 이 또한 ‘무티(엄마) 메르켈’의 뒤를 이을 여성 후보가 없는 선거에서 독일인들에게 익숙한 메르켈의 화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메르츠 역시 인터뷰에서 부인과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등 여성 당원들과 소통을 시도했지만 댓글을 보면 되레 “가부장적인 분위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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