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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올 설엔 오지 말거라” 동물도 거리두기가 필요해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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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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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0일 경기도 파주시 법무리 한 축산 농가가 구제역 방지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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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8일 “아비야, 올 설엔 오지 말거라” 전남·경남 구제역 비상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거리두기’입니다. 특히 명절처럼 이동과 만남이 많아지는 때는 전염의 위험이 더 커집니다. 그래서 지난해 추석 명절기간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만남을 취소하는 등 방역에 충실히 협조해 주셨습니다. 각 지역에 “불효자는 ‘옵’니다” “안 와도 된당께” 등 재치있는 이색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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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6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충남 청양군 거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청양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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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설 명절이 다가옵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니 이번 설 명절도 ‘집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없던 10년 전에도 ‘설날 귀향을 자제해달라’는 사람들이 있었다네요. 어떤 사연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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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8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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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날 경향신문 전국면에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설날 귀향을 자제해달라”는 호소가 실렸습니다. 당시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구제역 때문이었습니다. 구제역은 소와 돼지 등 발굽이 2개인 가축들이 걸리는 전염병입니다.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전염성이 매우 강해 한 마리만 걸려도 순식간에 축사를 초토화시킵니다. 주된 증상으로는 고열과 구내염, 물집 등이 있습니다. 치사율이 높게는 55%에 달하는 등 매우 위험한 전염병입니다. 사람에게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축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에겐 치명적이죠.

기사는 당시 구제역이 퍼지지 않은 ‘구제역 청정지대’였던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자치단체들이 시민들에게 설날 귀향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입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은 만큼 가축 전염병에 더 예민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5년마다 집계하는 ‘농림어업총조사’를 보면 2010년 기준 전국 축산업 농가 수는 모두 8만1155가구였는데요. 가구 수로 보면 1위인 경북(1만5279가구)에 이어 경남이 2위(1만1934가구), 전남이 3위(1만943가구)였습니다. 전국 축산업 농가의 28.2%가 경남과 전남에 있던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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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당시 구제역 확산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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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모처럼의 설경기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구제역 차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이들 지자체는 ‘설날 민족 대이동’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최형식 당시 전남 담양군수는 행정안전부에 보낸 건의문에서 “설날 연휴를 국가재난기간으로 선포해 국민들의 이동을 자제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요즘으로 치면 ‘명절 특별방역기간’ 비슷한 것이겠네요. 최 군수는 건의문에서 “인파와 물류 이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설 대목은 구제역을 퍼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설날만이라도 귀향을 참는다면 국가와 농촌 경제를 살리는 확실한 투자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전남도는 22개 시·군에 향우회나 친척 등의 고향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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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4일 강원 인제군 방역직원들이 지역의 소 6천200여마리를 대상으로 구제역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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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이홍기 당시 경남 거창군수는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올려 “국가적 차원에서 이번 설날 국민 이동이 자제될 수 있도록 설득해달라”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했습니다.

이 군수는 호소문에서 “거창군에서는 축산농민뿐만 아니라 공무원, 7만 군민이 힘을 합쳐 24시간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며 “설 연휴가 시작되면 민족 대이동이 있을 것이며, 그에 따라 구제역 유입이 확실시돼 크게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올해 설날은 오는 2월12일입니다.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수백명의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심하긴 이르다는 뜻이겠죠. 보고 싶은 가족들과 고향의 친구들이 그립더라도,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번 한 번만 더 힘을 내 보면 어떨까요.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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