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의서에 명시된 다양한 효능
현대 의학이 밝혀낸 뇌 보호 효과
식약처 안전성 확인한 제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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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강추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면서 몸 관리, 즉 기력 회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전통 의학이 발달한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몸의 기운을 보하는 데 침향을 활용해 왔다. 한의학에서는 침향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인 ‘이기약(理氣藥)’으로 꼽는다. 즉 침향은 몸의 기운을 잘 통하게 해 기력을 회복하는 데 탁월한 한약재다.
사실 침향은 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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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팽만, 변비, 천식 등 개선에 쓰여
침향은 무엇보다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또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데도 좋다. 옛날부터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거나 복부 팽만, 변비, 소변이 약할 때 두루 쓰였던 이유다.
침향의 다양한 활용법과 건강상 가치는 옛 문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기록돼 있다. 한편 중국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명시돼 있다.
중국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서는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적혀 있다. 또 명나라 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침향의 심신 안정 효과에 대해 기록돼 있다.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고 쓰여 있다. 특히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돼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라고 기록된 것도 이러한 다양한 효능과 쓰임새 때문이다.
이 같은 침향의 효과를 가져오는 핵심 성분과 작용기전은 현대에 와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침향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증상 호전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했더니 식욕 부진과 복통·부종 같은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베타셀리넨이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어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또 다른 핵심 성분은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런 효능 때문에 아가로스피롤은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시키고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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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과용하면 부작용 생길 수도
침향의 잠재된 가치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에 알려진 효과 외에 또 다른 효과가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최근에는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침향이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했다. 그리고 이들 그룹에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각각 투여한 뒤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 분석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사람으로 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분석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에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현저하게 줄었다. 특히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신경세포를 죽이는 등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킨다”며 “하지만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손상되는 과정을 침향이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손창규 교수는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침향의 약리 활성 성분이 밝혀지면 현대인에게 만연한 스트레스성·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 유효한 약물 개발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침향도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두통·복통·설사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침향은 가급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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