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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독]김학의 출금 한밤 요청, 문찬석 "나서지마" 딱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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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검 기조부장, 김태훈 과장 요청에 “우리 할 일 아냐”

중앙일보

2019년 10월 8일 문찬석 당시 광주지검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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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의혹과 관련해 2019년 3월 출금 직전 당시 김태훈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상관인 문찬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에게 긴급 출금을 요청하자는 취지의 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됐다. 문찬석 부장은 “나서지 말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당시 김태훈 과장 등 대검 간부들이 출금 요청 권한이 없던 과거사 진상조사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의 새로운 단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21년 1월 12일 중앙일보 보도 『[단독]"대검 과장, 김학의 불법 출금 지시" 내부 증언 쏟아졌다』 참고)



김학의 출국 저지 당일 밤 대검에선 무슨 일이



1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3월 22일 밤 문찬석 대검 기조부장은 자택에서 잠을 자고 있다가 직속 부하인 김태훈 과장의 전화를 받고 깨어났다. 김태훈 과장은 다급하게 “김학의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하려 한다”며 “대검에서 긴급 출국금지 요청을 해야 할지, 요청한다면 어느 부서에서 할지 등에 대해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찬석 부장은 이 같은 제안에 “우린 나설 필요가 없다”고 딱 잘랐다.

김학의 전 차관이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조사 대상이긴 했지만, 정식으로 형사 입건돼 수사를 받는 상황이 아니어서 긴급 출금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혹여 요건에 해당할지라도 대검 기조부는 수사 지원 부서가 아닌 행정 지원 부서라 나설 수 없다는 게 문찬석 부장의 판단이었다.

출입국관리법령상 긴급 출금은 사형·무기 및 징역 3년 이상형을 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 피의자로서 도주 우려가 있다고 수사기관의 장이 요청했을 때 할 수 있는 조치다.



문찬석 기조부장 “일반·긴급 출금 모두 근거 없다”



문찬석 부장은 며칠 전인 2019년 3월 20일쯤에도 출금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있다. 당시 이응철 대검 연구관이 “진상조사단의 이규원 검사가 계속해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일반) 출국금지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보고하자, 문찬석 부장은 “아직 조사단이 수사 개시의 필요성을 검토하는 단계인데 무슨 근거로 출국금지를 하느냐” “근거가 있어도 출금 요청은 대검 기조부 업무와 무관하다”며 “안 된다고 해라”라고 지시했다. 문찬석 부장 입장에선 이때 상황이 정리된 줄 알았지만, 며칠 뒤 김태훈 과장이 전화해서 또다시 긴급 출금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김태훈 과장의 전화를 끊은 뒤 문찬석 부장은 거실의 TV를 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이 이뤄졌다”는 뉴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인천공항 출입국청 3월 23일 오전 0시 10분 집행). 문찬석 부장은 그동안 벌어진 일들을 며칠 뒤인 25일 오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또 기조부 검사들에게 “이건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된다”며 “그때를 위해 관련 기록을 철저히 해놓아라”라고 지시까지 했다.

최근 “김태훈 과장이 이규원 검사로부터 긴급 출금 요청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9년 3월 22일 밤 대검 연구관들에게 요청을 해주라고 지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과 별도로 김 과장이 당일 밤 직속 상관인 문찬석 부장을 통해 긴급 출금을 추진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더해진 것이다.

중앙일보

2020년 10월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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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긴급출금 필요한 상황 전파해 의사 결정받을 목적”



김태훈 과장은 중앙일보의 해명 요청에 “사전에 이규원 검사로부터 긴급 출금 요청 부탁을 받은 사실도 없고, 대검 연구관들에게 긴급 출금 요청을 하라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대검 연구관들에게 긴급 출금 관련 의견을 구했다가 부정적인 답변을 받은 사실은 있다”고 했다.

긴급 출금 직전 문찬석 부장에게 전화한 이유와 관련해선 “긴급 출금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 상황을 전파해 의사 결정을 받을 목적이었다”며 “문찬석 부장이 나서지 말자고 한 것으로 상황은 끝났다”라고 밝혔다. 그러던 사이 이규원 검사가 2013년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사건으로 긴급 출금을 강행한 데 이어 유령 사건번호(서울동부지검 2019년 내사1호)로 사후 승인을 받으려 했다는 건 몰랐다는 게 김태훈 과장의 입장이다.

자신이 전화를 걸기 며칠 전 문찬석 부장이 이응철 연구관에게 “이규원 검사의 출국금지 요청을 들어주지 말라”고 지시한 것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이성윤 반부패부가 기조부에 출금 부탁도”



이규원 검사의 긴급 출금 시도에 앞서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부장 이성윤)가 대검 기조부로 하여금 (일반) 출국금지를 요청하도록 부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기조부 관계자는 “한 반부패강력부 연구관이 ‘기조부가 김 전 차관의 출금 요청을 해주면 안 되느냐’는 식으로 말해 거절한 적 있다”고 밝혔다. 수사 지원 부서인 반부패강력부가 출금이 부당하다는 것으로 인지하고 문제를 기조부에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규원 검사가 서울동부지검 유령 내사 사건번호로 사후 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 이성윤 부장이 3월 23일 오전 서울동부지검 측에 “내사사건 번호를 추인해달라”고 회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불법 긴급 출금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당초 국민권익위원회가 접수한 공익신고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는 이규원 검사와 김태훈 과장뿐만 아니라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차관, 차규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법무부 고위 간부도 연루된 것으로 의심된다. 이규원 검사와 연수원 36기 동기로 같은 로펌에서 일해 친분이 있던 당시 이광철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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