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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오프닝도 온라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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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함섭 개인전 프리뷰 / 사진 갤러리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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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오프닝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전시가 시작되어도 가만히 조용히 열렸다. 은근과 끈기로 버티다 끝나버렸고. 왁자지껄 오프닝이 그립다. 인사하고 악수하고 어색하고 번잡한 그 과정도 다 그리워. 손님을 맞이하는 작가의 수줍은 작품들도, 멋쩍은 웃음도. 함께 마시던 한 잔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

이 와중에 오프닝 소식에 눈이 번쩍 띄었다. 한국화가협동조합 갤러리 쿱에서 오프닝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함섭 작가 개인전 온라인 라이브 프리뷰 방송. 한마디로 SNS 생방송 오프닝이다. 퍽 낯설지만 시대가 요구하고 있으니 그에 부응하는 것일테다. 어슬렁 현장에 가보았다.

가야금 연주곡이 흐르고 있다. 함섭 작가의 한지 작품과 기막힌 조화. 꽃병과 카나페가 놓이던 리셉션 테이블엔 노트북과 마이크, 약식의 방송 장비가 보인다. 생방송 전의 긴장이 느껴진다. 비록 갤러리쿱 SNS 채널로 송출하는 생방송이지만, 모두가 마음을 모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관찰자 시점으로 보던 나도 호흡을 낮추고 자세를 고쳐앉을 정도로.

함섭 작가는 여든이 넘은 원로 예술가이다. 하지만 원로라는 직책을 거부할 것 같다. 그는 영원한 청년, 현역이기를 원하므로. 코로나라는 미증유의 위기로 예술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생존 앞에 작아진 예술. 긴 세월을 살아 별별일 다 겪어본 작가에게도 지금의 사태는 처음 맞는 그것일 것이다.

중절모 밑으로 흰머리가 차분했고 말씀엔 힘이 있었다. 진행자가 능숙하기도 했고 연출의 큐싸인은 흡사 공중파인 줄. 함섭 작가는 또박또박 지나온 예술과 그에 대한 생각을 밝혀나갔다. 1980년대 한지화를 개발하게 된 에피소드며, 우리 것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까지. 생방인 줄 잠시 잊고 나는 와!하고 격하게 공감하며 박수를 칠 뻔했다.

한지화는 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찢고 뭉치고 염색하고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한지의 질감이 자유롭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닥나무 껍질을 사용한 오브제들도 신비롭다. 얼크러 설크러 우리 인생의 직조 같고. 민족의 색 오방위색이 삶을 수 놓았다. 강렬하게 때론 차분하게. 적색처럼 뜨겁게 혹은 희고 푸른 서릿발처럼.

나이를 잊은 예술가는 여전히 눈이 빛난다.

ㅡ기존의 틀을 깨야 합니다! 예술은 그런 거에요!

대작을 그리는 작가답게 기운이 넘친다. 함섭 작가의 작품들은 외국에서도 유명하다. 한지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고 있다. 이국의 심사에 한지처럼 부드러이 스며들었음이다.

한지라는 독특한 물성과 기운 넘치는 추상이 만나니 보는 이에겐 다소 어려울지 모른다. 허나 이게 무슨 의미에요? 물을 것 없다. 함섭 작가가 일갈한다.

ㅡ숨은 그림 찾기 하지 말고 그냥 느끼면 됩니다. 그냥 한 번 와서 보세요! 나도 내 맘대로 그렸으니, 그대들 맘대로 느끼시면 된다 이겁니다!

집중하다 보니 재밌는 온라인 오프닝이 끝났다. 함섭 작가는 평생 이런 오프닝 처음이라고 이런 날도 있다고 허허 웃었다. 모든게 초유의 일들이지만 우리는 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가겠지. 우리 예술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고. 앞으로도 쭉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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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섭 개인전 프리뷰 / 사진 갤러리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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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우버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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