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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불참한 北 최고인민회의, 경제 내각 대폭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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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실패에 대한 문책성·쇄신성
야심찬 구호에도 예산은 제자리걸음
한국일보

17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평양=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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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경제 내각 진용을 크게 바꿨다. 경제 실패에 대한 문책성 인사이자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행하기 전 쇄신을 시도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경제 분야 예산 투자는 늘리지 못해, 더이상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1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지만 통상 연 1회 회의를 열어 헌법과 법률 개정,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을 한다. 이날 회의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가 참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 3차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 정책을 이끄는 내각 구성원이 상당수 교체됐다. 부총리 8명 가운데 박정근, 전현철, 김성룡, 리성학, 박훈, 주철규 등 6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고, 국가계획위원장에는 김일철 대신 박정근이 임명됐다. 화학공업상(장관)은 마종선, 전력공업상은 김유일, 경공업상은 장경일이 맡았고 이외 농업상, 철도상, 자원개발상, 대외경제상, 보건상 등도 새 인물로 교체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치인보다 실무관료 중심이고, 세대교체보다 인물교체에 방점을 찍은 인사”라고 분석했다.
한국일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서 김덕훈 북한 총리가 1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 중 발언하고 있다. 평양=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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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시작된 경제 반성은 이날 내각 사업 보고에서도 이어졌다. 김덕훈 총리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 내각 사업에서 심중한 결함이 나타났다”며 “전력생산목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인민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주요 경제지표들의 목표가 미달했다”고 말했다. 새 경제 활성화 계획 중에선 관광 부문 언급이 눈에 띄었다. 김 총리는 “금강산지구를 비롯한 관광 건설의 연차별 계획을 세우고 집행을 위한 작전과 지휘를 짜고 들어 나날이 변모되는 우리 국가의 모습을 널리 떨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북한의 국가예산지출 중 경제건설 예산은 전년 대비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3년간 동 부문 예산을 매년 4.9~6.2% 늘려온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이라, 경제건설 구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비 예산도 총액의 15.9%로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김 위원장의 주요 치적으로 선전하는 교육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밀접한 보건 분야 정도만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를 이어갔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국무위원회 개편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8차 당대회에서 박봉주 부위원장이 은퇴하는 등 국무위원 공석이 다수 발생하면서 최근 권력 실세로 급부상한 조용원 당 비서나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부부장의 진입설이 대두된 바 있다. 이날 회의는 하루 만에 폐막했지만, 북한이 연내 한 번 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추가 인사와 국무위원회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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