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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두동강난 美민심 향해…바이든, 취임식서 '단합'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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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바이든 시대 D-1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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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사에서 대통령 취임사는 새로운 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변곡점이었다. 남북전쟁 중도에 재임에 성공한 에이브러햄 링컨은 취임사에서 "누구에게나 악의 없이 대하고 모두에게 베풀자"고 호소했다. 대공황 직후 취임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며 위기 극복 의지를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도 과거 어느 때 못지않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백악관에 입성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인 사망자는 40만명에 육박했다. 의사당 폭동 여파로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는 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사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화려한 수사를 배제하고 단합과 치유를 간절히 호소하는 내용으로 채워질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의 핵심 메시지는 "미국이 하나로 뭉치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다" "나를 지지했든 안 했든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17일 CNN과 인터뷰하면서 취임사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은 루스벨트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는 대통령일 것"이라며 "나라를 단합하고 전진시키겠다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는 이날 ABC와 인터뷰하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이 나라를 하나로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지난 4년에 걸친 분열과 증오의 페이지를 넘기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시대 탄생을 앞두고 미국 민심은 갈라질 대로 갈라진 상황이다. CNN과 SSRS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이 합법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답변이 65%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화당 지지층만 살펴보면 합법적 승리라는 응답률은 19%에 머물렀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선 99%, 무당파 가운데선 66%로 조사됐다. 대선 이후 보여준 막장 행보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가 성공했느냐는 질문에 41%가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선 86%가 성공했다고 응답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49%만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층 89%가 긍정적 답변을 내놓은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선 12%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착화된 진영별 시각차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합과 치유에 대한 호소로 해결되기엔 트럼프 시대가 남긴 상흔이 너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여 년 만에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오전 8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기지에서 자체 이임식을 한 뒤 에어포스원을 타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난다. 이 역시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백악관 측은 행정부 고위 관료들과 지지자들에게 이날 오전 7시 15분까지 도착해달라고 공지를 돌렸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하원의 탄핵소추에도 '마이웨이'를 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퇴임 전날인 19일 1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사면·감형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이날 CNN은 보도했다.

한편 바이든 취임식 행사는 18일 고(故)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부터 사실상 막을 올린다. 취임식준비위원회 주관으로 킹 목사를 기리는 버추얼 콘서트가 이날 열린다.

19일엔 역시 취임식준비위원회가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한 추모 행사를 연다. 오후 5시 30분(동부시간)을 기해 주요 도시에선 교회와 성당의 종이 일제히 울릴 예정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46대 대통령에 오르는 20일엔 정오부터 워싱턴DC 의회에서 취임식이 거행된다. 코로나19와 의사당 폭동 영향으로 과거처럼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축제는 사라졌지만 버추얼 방식을 통해 취임식의 골격은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는 무려 초대장 20만장이 배포됐으나 올해는 참석자가 3000명에 못 미칠 것이라고 주최 측은 전했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이수혁 주미대사 부부가 취임식에 초대받아 직접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식이 끝난 뒤 바이든은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백악관으로 이동한다. 3번가부터 13번가까지 내셔널 몰 주변에는 성조기 19만1500개가 설치된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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