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별 판결·내용 분석
운영실태 따라 양형 고려키로
“예방·감시 미흡” 평가 악재로
“李, 준법경영의지는 높이 평가”
눈 꼭 감은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눈을 감고 있다. 남정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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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며 만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뇌물액이 8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형량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위 활동을 양형에 고려하기로 한 재판부의 부정적 판단은 실형 선고를 가른 치명타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감시활동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삼성그룹 준법감시제도는 보완될 필요가 있다”며 부족한 부분을 열거했다.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조직의 위법행위에 관한 구체적 대응방안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맺은 7개 계열사 외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준법감시 △임직원을 동원한 차명주식 보유 관리 등 5가지다.
준법감시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준법감시위 활동 평가 내용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3인의 전문심리위원 중 강 전 재판관은 재판부 추천 몫으로, 홍순탁 회계사와 김경수 변호사는 각각 특검과 삼성 측 추천 몫으로 참여했다. 홍 회계사와 김 변호사는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각각 혹평하거나 호평하며 극명하게 입장이 갈렸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의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삼성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 대해선 준법감시위 차원의 조사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선제 예방 활동하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냐는 평가를 내렸다”고 의견을 밝혀 준법감시위의 한계를 전했다. 결과적으로 특검과 삼성 측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던 강 전 재판관의 판단에 재판부도 동의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최후진술에서 모두 철저하게 준법감시의 틀 안에 있는 회사로 (삼성을) 바꾸고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며 “준법경영의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고 긍정 평가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전부를 반환한 점,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형 하한의 절반에 해당하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것은 이 같은 조건들을 반영한 결과다. 이는 파기환송 전 1심이 선고한 징역 5년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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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정유라 승마·영재센터 지원 뇌물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 주요 피고인들에 대해 실형이 선고됐다”면서 “이로써 해당 사건의 유무죄 판단은 뇌물수수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의 유죄 확정과 함께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재상고 여부는 판결문을 검토·분석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이창훈·이희진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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