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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고장난 장난감 들고온 아이 ‘미소’ 지을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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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 장난감 수리센터 ‘화제’

前교사 등 ‘장난감’ 장인 무료 서비스

2020년 2019건 수리… 수리율 97%

인터넷 카페에 감사 후기 이어져

최병남 센터장 “인생 2막 도왔으면”

세계일보

최병남 센터장이 부서진 장난감을 수리하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평생학습관 2층에 위치한 장난감 수리센터. 이곳은 장난감 무료 수리를 통해 아름다운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의 공간이다. 교사·경찰 등 공무원을 비롯해 항공 및 방송 분야 등 과거 다른 직업군에서 일했던 60∼70대 10명이 의기투합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18일 최병남(72)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친구 이상으로 소중한 장난감이 고장나면 상실감이 무엇보다 크다”며 “수리한 장난감을 받는 아이들의 환한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우연찮게 장난감 수리를 하게 됐다. 2011년 항공 관련 고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할 즈음 지인이 장난감 수리로 재능기부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돼 아이들의 행복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당시 “이 나이에 뭘 또 하느냐”고 웃어넘겼지만 내심 호기심도 생겼다. 기계를 분해·조립하는 절차에 익숙했고 평소 쉽게 버려지는 물품들을 볼 때 환경 문제나 재활용에도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이후 남동구 소래포구 내 16㎡ 면적의 공간에 터전을 마련했다. 이 역시 대학 후배가 무상 제공한 것이었으며 사비로 서비스를 이어갔다. 그렇게 동창, 동료 등 의견이 맞는 사람들이 한둘씩 모여 지역사회에서 인지도를 쌓았고, 2년 전인 2019년 2월 관할 남동구의 지원을 받아 보건소 2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센터는 기간제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는 등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7월 이용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90% 만족도, 10명 중 8명 이상이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해 9월 평생학습관 증축동 2층으로 확장(51㎡) 이전하는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의 무인수거함 설치, 비대면 수리 접수 등 이용객을 위한 서비스도 확대했다.

센터는 2019년 한해(2∼12월) 수리율 95%(4380건)에 이어 지난해 97%(2019건) 수준으로 사실상 접수된 건 모두를 고쳐냈다. 센터가 운영 중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의 손 인정합니다’, ‘장난감을 살려주셨어요’ 등 감사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장난감 수리 교본을 제작해 체계적인 후배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는 최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소소하지만 기쁨을 주고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지내도록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더욱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천=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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