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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1월19일 전쟁터 같은 촬영현장은 달라졌을까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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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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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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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19일 전쟁터 같은 촬영현장은 달라졌을까

지난 2016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 신입 PD였던 이한빛씨(당시 27세)의 죽음으로 열악한 방송 노동환경이 알려졌습니다. 업무강도도 높았고 언어폭력도 심각했습니다. 이씨는 유서에 이렇게 썼습니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 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팠어요. (중략)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그런 것은)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

가혹한 제작 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0년 전 경향신문에도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자칼럼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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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너무 많이 새운다.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나 내기하는 것 같다. 처음으로 공항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30분 자고, 30분 운동하고, 30분 샤워하고 (촬영장에) 나왔다.” “한 작품이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열악하다.” “촬영현장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돼야 ‘한류 드라마’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칼럼에 실린 배우들의 말입니다. 한국 드라마 촬영 현장은 왜 이토록 극한 상황에 놓이게 된 걸까요.

칼럼은 “드라마 촬영 현장이 이토록 열악한 것은 드라마를 둘러싼 방송의 대내외적 환경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드라마 제작은 드라마 프로덕션이 방송3사와의 계약에 의해 납품하는 형태다. 방송사는 한 푼이라도 적게 주고 싶어하고,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은 한 푼이라도 절약해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촬영 현장에선 ‘시간이 곧 돈’이 됩니다. 경향신문이 2017년 4월30일에 보도한 [tvN ‘혼술남녀’ PD 비극으로 본 방송 노동환경] 기사를 보면 인건비뿐 아니라 카메라, 크레인 등 장비 대여비도 많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선 촬영 기간을 어떻게 해서든 단축하려고 합니다. 한 스태프는 “(안전을 위한) 제작인원 보충 등은 상상할 수도 없고 무조건 최소 인원으로 ‘빨리빨리’ 만드는 시스템이 당연시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 [tvN '혼술남녀' PD 비극으로 본 방송 노동환경](상)고효율 '방송 한류' 뒤엔…과잉 노동·하청·해고 '헬조선 축소판'

이씨의 죽음 이후 방송사와 제작사는 노동 관행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유족과 언론노조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만들었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과 방송스태프노조도 출범했습니다.

방송 현장엔 원칙과 기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스태프들은 말합니다. KBS·MBC·SBS 지상파 방송사 3사는 2019년 6월부터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준수 등을 합의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제작진 부당처우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습니다. 지난해 12월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를 의결하며 방송사의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방통위는 매년 4월 말까지 각 방송사가 계약직·파견직·프리랜서 등 고용형태별 인력현황을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재허가 이후 6개월 이내에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해 방통위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행 실적을 매년 4월 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관련기사 : 방송노동 현장, 좀 나아졌습니까?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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