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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취소, 아이 바꾸기 필요”… 文 ‘정인이 해법’ 거센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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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신년회견 발언 논란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양부모 아동 학대로 입양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 대책을 설명하면서 “입양을 취소하거나, 입양 아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입양 아동 관련 단체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입양은 아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반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발했고, 야권(野圈)도 “아동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 대책 질문에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일정 기간 안에 입양을 취소하든지, 입양하려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으면 입양 아동을 바꾸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동 학대 문제가 입양 시스템과 관련된 것으로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고 밝혀 입양 부모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정인이 사망의 원인을 아동 학대보다는 입양 제도의 문제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정인이 양부모가 입양 부모라기보단 살인자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미혼모·아동인권단체, 청와대 앞 시위 -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미혼모·한부모단체, 아동인권단체 관계자들이“민간 입양기관 대신 공적 체제가 아동 보호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더 많은 입양을 보내는 것이 목적인 입양 기관은 친부모 양육보다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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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인권 단체와 미혼모·한 부모 단체, 입양인 단체도 이날 오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인식을 비판했다. 미혼모 단체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는 “반려견도 이렇게 입양하지 않는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대책”이라고 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마음에 안 들면 아이를 바꾸거나 입양을 철회한다는 건 입양 과정에서 아이들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입양 기관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고 했다.

인터넷 카페 ‘건강한 입양가족 모임’에도 비판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아이를 바꾸고 파양하는 게 해결책이라 말할 수 있나.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아프다”고 썼다.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입양 부모에게서 아동을 분리해 부모를 처벌하면 당장 아동 학대는 막을 수 있겠지만, 아이는 또 한 번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입게 된다”고 했다. 대전 그룹홈 ‘마르지않는샘’ 박미정 시설장은 “국가가 입양을 허락했으면, 파양을 쉽게 만들 게 아니라 평생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가정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고 했다.

야권도 일제히 비판했다. 미혼이지만 딸을 입양해 기르고 있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입양 아동은 시장에서 파는 인형이 아니다”라며 “민법과 입양 특례법을 읽어보고 입양 실무 매뉴얼이라도 확인해보고 말했어야 했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오늘 대통령 발언으로 다수의 입양 가정 아이들은 자신도 언제든지 파양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떨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입양 부모의 단순 변심’에 따른 파양 및 입양 취소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파양은 입양 부모가 입양 아동을 학대·유기하는 등 양육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나 입양 아동이 입양 부모에게 패륜 행위를 저지를 때에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3시간쯤 지나 해명에 나섰다. 강민석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씀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 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 위탁 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강 대변인은 “프랑스, 영국, 스웨덴에서는 법으로 사전 위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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