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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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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靑자문 산업연구원 간부, KAI서 4600만원 받아 수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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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위반, 뇌물죄 혐의 등 수사

청와대·국방부 자문…직무 관련 가능성

비상근 고문 시절 따로 연구용역 수행

방위산업과 관련해 청와대 자문을 오랫동안 맡아온 산업연구원 간부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및 뇌물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내외 산업ㆍ기술 동향과 정보를 연구하는 산업연구원은 국무총리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산업연구원 간부 A씨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자문료 명목으로 46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해 최근 조사에 들어갔다. A씨는 KAI와 계약 기간 동안 청와대, 국방부 등 여러 정부기관의 방산 관련 자문을 맡아 직무 관련성이 높은데도 금품을 받아 김영란법 등을 어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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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자문료 명목으로 4600만원을 받은 산업연구원 간부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사진은 경남 사천시의 KAI 본사 유리문 너머 직원들이 이동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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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에선 공무원(국책연구기관 연구원 포함)은 아무런 대가성이 없더라도 어떤 명목으로도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돈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런데 A씨가 산업연구원에 사후 보고한 '대가 신고서'에는 2017년 11월~2020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자문 및 비상근 고문 명목으로 KAI와 계약을 맺고 연평균 약 1900만원씩 모두 4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일례로 A씨는 김조원 사장(청와대 전 민정수석) 시절인 2017년 11월 한달 간 평균 6시간씩 6차례 경영 개선 관련 자문회의에 참석하고 382만원을 받았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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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0월 26일 당시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왼쪽)이 경남 사천시 본사에서 취임식 직후 항공기 생산 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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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안보정책자문위원과 국방개혁비서관실 방산수출촉진 대책팀 위원, 국방부 국방개혁자문위원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전문위원을 맡는 등 여러 정부기관에 꾸준히 방산 관련 자문을 해왔다.

A씨는 자문 계약과 별도로 KAI가 발주한 용역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2월 KAI 측과 '한국-말레이시아 산업협력 촉진을 통한 항공기 수출방안'이란 과제를 2억원에 수주했다. 그런데 이 연구의 책임자인 A씨는 당시 KAI의 비상근 고문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는 국회에서 A씨가 KAI에게 유리하도록 정부 용역 과제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방부 의뢰로 군 기동헬기 도입 사업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산업연구원에 맡겼는데, 연구 주무자가 아닌 A씨가 연구 관련 출장을 다녀오는 등 수상한 행적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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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3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KAI 상생정책 선포 및 자상한 기업 업무협약식'에서 참석자들이 업무협약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현호 KAI 사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권오중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부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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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씨가 산업연구원에 신고한 금액 이외에 KAI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또 다른 방산업체와도 유사한 계약을 맺었는지 등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의 신고를 받은 국민권익위원회도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 조사관 출신인 김영수 공익신고센터장은 "A씨의 자문 계약서에는 김조원 전 사장과 안현호 사장을 계약 당사자로 한 서명과 직인이 있다"며 "돈을 주거나 받은 사람 모두 처벌토록 규정한 김영란법에 비춰볼 때 A씨가 처벌받을 경우 이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18일 중앙일보에 "경찰 수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입장을 말하겠다"고만 밝혔다. 산업연구원 측도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KAI 측은 관련 질문에 "계약 체결 당시 겸직이 가능한지 내부에서 검토했을 때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며 "절차나 자문 과정에서 부정하거나 잘못된 게 없다"고 해명했다.

김상진·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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