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대·소금물부터 백신 괴담까지…"불안 심리"
오는 20일이면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무분별하게 퍼져 나가며 방역에 어려움을 겪게 했던 인포데믹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춧대를 끓여 차로 마시면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한의사 1명과 업체 14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고추는 잎과 열매만 식용이 가능하고, 고춧대는 식용이 불가능하다. 식약처에 따르면 '대한민국 약전', '약전외 한약·생약규격집' ,'본초강목', '동의보감' 등에도 고춧대는 수록돼 있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춧대는 코로나19 예방‧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나 치료제로 허가된 사실이 없으므로 코로나19, 독감, 천식, 기관지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 등의 허위‧거짓 광고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n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전파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에는 소금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로 인해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예방한다며 예배 참석 신도들 입에 분무기로 소금물을 뿌렸는데, 참석자 중 확진자가 있었던 것이다. 확진자에게 쓰인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고 계속 뿌려 집단 감염으로 이어졌다.
인포데믹 문제는 해외에서도 심각하다. 지난해 4월 세계보건기구(WHO)는 5G와 코로나19와 관계없다고 밝혔으나, 6월 영국에서 5G가 코로나19를 퍼뜨린다는 소문이 퍼져 기지국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이러한 인포데믹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인포데믹의 확산은 백신 접종 거부로 이어져 집단 면역 형성 등 코로나19 대응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지난달 27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했음에도 접종 진행이 느리다. 일각에서는 이 원인 중 하나로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거나 안면마비가 왔다는 등 소문이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 것을 지적한다.
빌게이츠가 백신으로 떼돈을 벌기 위해 코로나19를 퍼트렸다거나, 백신 접종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칩을 이식해 통제할 것이라는 괴담도 떠돈다.
미국의 '세계 통제를 멈춰라(STOP WORLD CONTROL)'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mRNA 플랫폼으로 개발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이 DNA 변형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이유로 불안 심리를 주목한다. 인류가 처음 겪는 미지의 감염병 앞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괴담과 가짜 뉴스는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코로나19라는 낯선 감염병은 기존 감기 같은 질병과 달리 아무런 지식이 없다. 아무도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정부나 전문가가 지식을 전달해줘도 충분치 않고 불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안감을 느껴 방어 본능에 따라 정보를 자꾸 찾고, 전달하다 보니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수십명이 사망했다든지 하는 괴소문까지 퍼진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코로나19 백신 가짜뉴스 단속에 나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최근 일각에서 백신이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킨다거나, 정부가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백신을 사용하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시중에 떠돌고 있다고 한다"며 "국민 건강뿐 아니라 정부의 신뢰도와 직결된 사안으로,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문제"라고 방역 당국의 대처를 지시했다.
오수연 기자 syo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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