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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50대 전후 女갱년기, 치매·요실금 '도미노 질환' 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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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4계절이 있듯이 우리 몸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 흔히 50세 전후 중년을 사추기(思秋期)라고 부른다. 인생의 봄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 찾아오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말이다. 실제로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 정신, 환경적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 시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만 49.3세(2018년)로 우리 나이로 대략 51세다. 임상적으로 월경을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라면 1년 동안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폐경으로 접어드는 단계인 갱년기는 이보다 보통 3~4년 전에 시작된다. 최세경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갱년기는 여성에게 정신·신체적으로 큰 변화를 동반한다"며 "열성홍조, 발한, 수면장애, 우울, 기억력 감퇴 등의 단어와 맞닥뜨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갱년기가 시작되면 50세를 기점으로 질병 발생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50세 전후 폐경 초기엔 여성의 75%가 열성홍조와 야간발한을 경험한다.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열성홍조·시력감퇴=갱년기 여성은 갑자기 가슴부터 시작해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시력이 점차 흐려지거나 안구가 쉽게 건조해지기 쉽다.

▷우울증·건망증·무기력증=갱년기가 되면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된다. 또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 하는 일이 생긴다. 이는 사람의 인지·기억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에 많은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는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등 떨어지는 기억력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 건조=갱년기 여성에서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게 되면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그 탄력성을 잃고 위축이 오게 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질 위축이 개선된다.

▷심혈관질환=폐경 후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게 되면 몸에 이로운 고밀도 지단백(H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는 반면, 몸에 해로운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진다. 심혈관질환은 폐경기 여성의 중요한 사망원인 중 하나로 폐경 이후 여성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암으로 인한 사망보다 거의 2배 많다.

▷골다공증=에스트로겐 생산이 감소하는 폐경기부터는 5~7년에 걸쳐 동일 연령 남성에 비해 10배 정도 많은 골 손실이 일어난다. 전에는 미끄러지면 멍이 들었을 정도도 엉덩이뼈가 부서질 정도로 약해진다. 대퇴부 골절은 사망률이 15~20%에 이른다.

▷요실금=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요실금은 평소 케겔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하루 세 번, 1회에 50~80회 반복한다.

▷근육 감소=갱년기 여성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걷기, 등산, 요가 등을 추천한다.

▷치매=폐경 후 에스트로겐 부족은 치매(알츠하이머질환)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대한폐경학회는 폐경 후 10년 내 비교적 젊은 폐경 나이에 호르몬요법을 시작하면 치매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갱년기 건강관리가 이후 삶의 질 결정=여성 갱년기 치료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만큼 부족해진 에스트로겐을 보충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최 교수는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여성호르몬 치료에 대해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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