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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文정부 3년, 각종 '위원회' 585개로 급증 '사상 최대'…회의 개최 '0건'도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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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과잉시대]
文정부 출범 후 ‘위원회 공화국’ 재연…정치권 낙하산 공무원 급증
사실상 부처 역할 ‘사무국 둔 위원회’ 1년새 36→43개로
"정부 밖 행정조직 통해 공무원 일자리 확대…조직 예산도 늘어"
부담느낀 文정부 "위원회 만들기 전 행안부 장관과 협의하라"

집권 3년 동안 공무원을 9만명 이상 늘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북방경제, 탈원전 등 여권의 이념적 성향에 치우친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위원회를 늘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운영 중인 위원회는 585개로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렸던 노무현 정부 당시 579개를 추월했다.

이 중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위원회는 지난해 6월말 현재 82개로 현 정부 출범전(77개)보다 5개 늘었다. 이들 위원회는 차관보급(1급) 관료가 실무를 책임지고 실무 부서가 서너개 이상이라 사실상 부처 역할을 수행한다. 정부 조직 밖에서 부처 역할을 하는 조직이 여기저기서 생기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위원회에 투입되는 정부 예산도 2016년 470억원에서 지난해 900억원 수준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들 위원회 조직에는 집권 세력의 국정과제 추진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여당 출신 정치권 인사들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한 경우가 많다. 정치 색깔이 강한 인사들이 집권층에 가깝다는 이유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무분별한 공무원 숫자 늘리기에 일조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文정부 위원회 585개...'위원회 공화국' 盧정부보다 더 많아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행정기관 위원회는 총 585개로 2019년 대비 11개 늘었다. 작년 새로 생긴 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위원회’ 등이다.

행정기관 위원회는 헌법기관이나 중앙행정기관(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제외한 대통령, 국무총리 및 중앙행정기관에 설치된 위원회다. 정부조직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조직으로,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통령령 등으로 구성되는 한시적인 조직이다. 한시적인 조직이 상설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임기가 끝난 직후인 2003년 368개였던 정부 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임기 종료 직후인 2008년초 573개까지 폭증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431개까지 줄었던 정부 위원회는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556개로 다시 늘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585개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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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위원회 변동 현황 /디자인=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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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생긴 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는 모임 성격이 아니라 사실상 행정부 기능을 하는 것이 문제다. 자체 실무 기능을 하는 사무국(지원단)을 갖고 있는 위원회는 2016년 36개에서, 2020년 43개로 4년동안 7개 늘어났다. 이들 위원회는 차관보급 지원단장의 지휘 아래 국(局), 과(課) 단위 실무 부서를 서너개씩 갖고 있어 사실상 독립된 부처와 비슷한 일을 한다.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등 17개 위원회는 형식상으론 자문위원회이지만 대통령직속으로 중앙행정기관 등에서 인원을 파견받아 사무국을 운영한다.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연말까지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웬만한 경제부처보다 힘이 더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국장, 과장급 공무원을 파견받아 각종 실무를 맡겼고, 민주당 외각 인사들을 전문위원으로 임용해 서기관, 사무관급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일부 위원회는 인원이 100명 이상인 매머드급 조직을 갖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속 국가공무원은 125명이다. 일반직 공무원 33명, 경찰·소방직 3명을 제외한 89명이 별정직으로 정치권 인사 등으로 자리를 채우고 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소속 국가공무원도 총 84명 중 44명이 외부 출신 낙하산 별정직이다.

◇관리 사각지대··· 정부 위원회 소속 직제·인원 통계도 없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위원회들은 정부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집권층의 이념지향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예산 통제를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82개 대통령·국무총리 소속 위원회의 예산은 2016년 474억원에서 지난해 891억원으로 4년 사이 2배 가량 늘었다. 이들 위원회의 예산은 여비나 회의 수당 등 사업 예산보다는 인건비, 일반수용비, 업무추진비 등 조직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경비 성격이 강해 정부 예산의 방만한 운용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행정기관 위원회 현황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는 각 위원회의 사무국 소속 직제 및 현재 인원에 대한 통계도 갖고 있지 않았다. 위원회 난립이 문제가 된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정부는 매년 6월말 기준으로 ‘행정기관 위원회 현황’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8월 공개한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각 위원회를 주관하는 부처가 집계한 문서를 종합한 수준이다. 집계하는 항목도 위원회의 위원 정원과 회의 개최 실적, 예산 규모, 설치 근거 및 구성일 등에 그치고 있다. 각 위원회에 속해 일하고 있는 상근 또는 비상근 일반 공무원 숫자나 직급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없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위원회나 소관 부처에 일일이 직접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종 위원회가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대통령직속 위원회인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자신들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4개 정부내 위원회를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산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 유사 위원회가 난립하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각종 위원회를 관장하는 행정안전부도 위원회 난립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8월 국무회의를 통해 각 부처 등 행정기관이 위원회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행안부 장관과 협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각 부처가 임의로 위원회를 만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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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9년 12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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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예산 쓰면서도 운영은 주먹구구, 회의·세미나 몇 차례로 끝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따르면, 82개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중 일 년 내내 단 한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도 77곳(최근 5년간 누적)에 달했다. 예산이 늘었지만, 이 위원들의 연평균 회의 개최 실적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12건→10건→10건→14건→13건으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특히 국가인적자원위·문화다양성위는 5년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었고, 5·18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지원위도 최근 3년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수십억 예산을 들이고 중앙 부처 출신 고위 공무원을 포함 수십명의 공무원들이 포진한 위원회들의 활동이 내실이 없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56억6000만원을 쓴 일자리위원회는 전체회의 5차례, 상생형 지역일자리 포럼, 한국판 뉴딜과 일자리 컨퍼런스 행사를 개최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일자리가 전년 대비 21만8000개 줄어들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인 최악을 기록하는 동안 일자리위의 존재감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24억7000만원을 쓴 북방경제협력위원회는 위원회 전원회의 2회, 세미나 3회의 활동에 그쳤다.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과 러시아를 묶는 경제협력 구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헌법에 의해 설치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도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후 단 네차례 개최에 그쳤다. 명망있는 경제학자 출신이 선임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일반적으로 장관급 의전을 받는 자리이지만, 실제로 정부 정책에 도움을 주는 외부활동은 극히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결정하고 책임질 일을 위원회에게 떠넘기는 또다른 문제도 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원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론을 부활시킨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나,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의 핑계로 삼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국토부에게 공이 넘어가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논의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10년 전 확정해 추진해온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정은 검증위가 한 셈이다. 2017년 10월 20일에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해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위원회 결정으로 현 정부 초기의 대표적 탈원전 정책이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번복한 셈이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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